"단전·단수 지시는 내란 행위"…이상민 징역 7년

입력 2026-02-12 17:43
수정 2026-02-12 23:44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일부 언론사에 대한 봉쇄 및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23년이 선고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중 두 번째로 나온 사법적 판단이다. ◇“국회·언론사 봉쇄, 내란 행위” 규정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12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내란 특별검사팀의 구형량은 징역 15년이었다.

특검은 계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수장으로,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를 막아야 할 책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가담했다며 지난해 8월 그를 구속기소했다. 12·3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등 특정 언론사와 방송인 김어준 씨가 대표로 있는 여론조사업체 꽃 건물의 봉쇄와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소방청에 이를 전달했다는 게 혐의의 주요 내용이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 혐의의 전제가 되는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를 구성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국회와 야당(더불어민주당) 당사, 언론사를 물리적으로 봉쇄해 이들의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한 것은 헌법의 대의제 민주주의, 민주적 기본 질서의 규범적 효력을 상실케 한 것”이라며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하게 하려는 국헌 문란의 목적 아래 이뤄진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군 병력과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 선관위 등의 출입을 통제하고 활동을 제한하려 한 것은 다수인을 결합해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 즉 내란 행위를 일으킨 것”이라고 판시했다. ◇“내란 부분 참여, 내란 가담” 인정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주요 기관 봉쇄 및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관련 문건을 “내란 집단의 내란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라고 적시했다. 이 전 장관이 문건 내용의 이행을 위해 행안부 소속 외청인 소방청에 구체적인 업무를 지시한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에 대해 재판부는 “국헌 문란 목적 달성을 위한 직접 계획과 수단의 일부”라며 내란 중요임무 종사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물리적 강제력 행사는 내란에 대한 비판 여론 결집을 저해하고 내란에 의해 달성된 상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전·단수가 실제 이뤄지지 않았고, 이 전 장관이 사전 모의하지 않았더라도 “전체 내란 행위에 포함되는 개개 행위에 부분적으로 참여해 내란에 가담했다”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배경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출석해 관련 내용을 부인한 데 대한 허위 증언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 전 장관이 소방청에 의무 없는 일을 지시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는 이유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