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 세 명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넨 20대 여성이 병원에서 처방받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숙취해소제에 섞어 마시라고 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범행으로 남성 3명중 2명이 숨졌다.
서울강북경찰서는 12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상해치사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20대 초반 여성 A 씨 사건과 관련 이같은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살인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 중이다.
◆처방약을 숙취해소제에 혼합해…두 달간 3차례 잇따른 범행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대 남성 총 3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해당 약물을 정신과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처방받았다고 진술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11시 23분쯤 첫 번째 상해 피해자인 20대 초반 남성 B 씨와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은 교제 중이었으며 A 씨는 주차된 차 안에서 B 씨에게 '피로회복제'라며 불상의 음료를 건넸다. 이를 마신 B 씨가 약 20분 뒤 의식을 잃자 A 씨는 B 씨의 부모에게 연락한 뒤 병원으로 호송했다. 현재 B 씨는 생명엔 지장 없는 상태다.
두 번째 피해자는 20대 초반 남성 C 씨이다. 그는 A 씨와 함께 지난달 28일 오후 9시 24분께 서울 강북구 수유동 소재의 한 모텔에 동반 입실했다. 당시 C 씨는 A 씨가 건넨 숙취해소제를 먹고 잠들었으나 이튿날인 29일 사망한 채 발견됐다.
마지막 피해자 20대 중반 남성 D 씨다. 그는 C씨와 같이 지난 9일 오후 8시 40분께 A씨와 함께 강북구 수유동 소재 호텔에 함께 입실했다. A 씨는 이때도 C 씨에게 건넨 것과 동일한 숙취해소제를 D 씨에게 줬고, D 씨 또한 다음 날인 10일 오후 6시쯤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C 씨가 사망한 모텔 폐쇄회로(CC)TV를 통해 A 씨의 입·퇴실 기록을 확인한 뒤 추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B 씨의 신고 사실을 확인해 A 씨를 의심해 수사에 나섰다.
A씨는 조사에서 “카페 주차장과 숙박업소에서 남성들과 의견 충돌이 있었고, 화가 나 숙취해소제에 약물을 섞어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죽을 줄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프로파일링 착수…'살인 고의' 쟁점경찰은 프로파일링 분석 등 추가 수사를 통해 A 씨에 대한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3시께 "피의자가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바 있다.
한편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불안·수면장애 치료 등에 사용되는 중추신경계 억제제로, 진정·수면 유도 작용을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해당 약물은 단독 복용 시 비교적 안전 범위가 넓지만, 알코올과 함께 복용할 경우 중추신경 억제 효과가 상승적으로 작용해 호흡 저하, 의식 소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이 커진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