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12일 14: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하기로 했다. 시가총액 기준 상장폐지 요건도 적용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부실기업 퇴출을 서둘러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편으로 최대 220여곳이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부실기업이 연명하면 시장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상장폐지 제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 주가조작 등 어떠한 불공정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은 지난 20년간 신규 상장 1353곳, 상장폐지 415곳으로 ‘다산소사(多産小死)’ 구조가 이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은 8.6배 늘었지만 지수는 1.6배 상승에 그쳤다. 외형은 커졌지만 체질 개선은 더뎠다는 평가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매년 6월 기준으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을 지수에서 제외할 경우 2024년 6월 말 기준 코스닥 지수는 37%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지수 상승을 제약해왔다는 의미다. 정부가 상장폐지 기준 강화에 나선 배경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상장 유지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퇴출 절차를 단축하는 것이다.
우선 시가총액 기준을 조기 상향한다. 당초 1년 단위로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었으나 이를 6개월 단위로 앞당겼다. 이에 따라 2026년 7월부터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는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2027년 1월부터는 기준이 300억원으로 높아진다.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도 상장폐지 요건에 새로 포함된다. 액면병합으로 주가를 형식적으로 끌어올리더라도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에 미달하면 요건에 해당한다. 유동성이 낮은 저가주가 주가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일시적인 주가 부양으로 상장폐지를 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적용 기준도 강화된다. 시총 요건과 동전주 요건 모두 30거래일 연속 기준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거래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개편안을 적용할 경우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은 약 150개사 내외(100~220개사)로 늘어날 수 있다. 기존 예상치인 50곳의 2~4배 수준이다. 코스닥 시장 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규모다.
11일 종가 기준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코스닥 상장사는 166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미 투자환기종목이나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을 제외해도 약 130곳이 추가로 영향권에 들어간다.
이 중 동전주이면서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인 기업은 삼진엘앤디, 판타지오, 지엔코, 케스피온 등 14곳으로 집계됐다. 7월 기준 강화가 시행되면 직접적인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동전주라고 해서 모두 부실기업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일제지(시가총액 3957억원), 한국캐피탈(2831억원), 아스트(2721억원) 등은 주가가 1000원 미만이지만 시총이 2000억원을 웃돌고 지난해 3분기까지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권 부위원장은 “장기간 주가가 낮았다면 구조조정이나 밸류업 계획을 주주에게 설명하고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주가는 낮지만 시가총액이 큰 기업 등과 관련해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운용 과정에서 세밀하게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부실기업 연명 '호흡기' 뗀다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이 증시에 남아있는 기간을 줄이고 조기에 걸러내기 위한 장치도 강화된다.
완전자본잠식 요건은 반기 기준까지 확대된다. 기존에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이면 형식적 요건에 따라 즉시 상장폐지 대상이 됐다. 앞으로는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해 기업의 계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공시 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도 강화된다. 최근 1년간 공시벌점 누적 기준을 15점에서 10점으로 낮추고,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1회만으로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한다.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구성해 이날부터 집중관리기간을 운영한다. 상장폐지 심사 진행 상황을 밀착 관리하고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기업의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코스닥본부에 대한 경영평가에도 관련 실적을 반영해 책임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상장폐지 심사 기간도 단축된다. 실질심사 기업에 부여할 수 있는 최대 개선기간은 기존 1년6개월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법원과의 협의도 추진한다.
이번 개편으로 코스닥 시장에는 상당한 구조조정 압력이 가해질 전망이다. 동전주 기업들은 액면병합이나 무상감자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시총 기준이 예정보다 빨라진 만큼 단계적으로 요건을 충족하려던 기업들도 대응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연간 계획을 세워 대응하고 있었는데 시행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다소 혼란이 있다”며 “다만 예고된 방향인 만큼 사업계획과 재무 개선 방안을 주주에게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