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S사의 대형마트에서 현장 판매직부터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 올라간 김 부장은 내게 말했다.
“유통은 절대 망하지 않아.”
생산자만큼이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매개자인 유통은 중요하다. 재화와 물자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살아 있다. 미술 시장도 마찬가지다. 운송은 단순한 물류가 아니라 시장을 유지하는 혈관과 같다. 작품은 소장자의 수장고 안에 머물러 있을 때보다, 끊임없이 이동할 때 비로소 살아 숨 쉰다.
한국 미술 시장이 가장 큰 호황을 누렸던 2022년, 미술판에서 흔히 들리던 말이 있었다.
“돈은 운송사가 다 번다.”
당시 정말 많은 작품이 쉼 없이 움직였다. 키아프와 프리즈가 끝난 뒤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삼청동을 걷다 보면, 판매된 작품을 배송하기 위해 분주히 오가던 미술품 운송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미술관으로, 재단으로, 개인 컬렉터에게로 주인을 찾아가는 작품들이 도시를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운송사들이 큰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운송사들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팬데믹 이후 치솟은 항공·해상 운임과 인건비 상승, 보험료와 물류비 증가를 감안하면 남는 장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외 갤러리의 국내 지점이 늘어나고 프리즈 서울 론칭 이후 해외 갤러리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운송사들은 전문성을 강화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운송사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해외 운송까지 아우르는 중대형 운송사와 무진동 박스차 한 대로 운영되는 개인 운송사다.
중대형 운송사는 컨테이너를 운반할 수 있는 5톤 트럭과 작품 보관이 가능한 항온·항습 스토리지를 갖추고 있다. 해외 운송에 적합한 현지 파트너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잦은 국제 거래 경험 덕분에 숙련된 관세사와 협업한다.
반면 개인 운송사는 국내 개인전이나 아트페어 참여 시 자주 활용된다. 무진동 박스차를 기반으로 한 개인 운영 형태가 많고, 중대형 운송사보다 비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일부 개인 운송의 경우 작품 훼손 시 배상 보험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트페어는 종종 공식 운송사를 지정한다. 단순한 협찬 구조 때문이 아니라, 해외 갤러리에게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국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갤러리에게는 통관 방식, 보세 여부, 보험 구조, 설치 일정, 반출 절차까지 모든 것이 낯설다. 공식 운송사는 이러한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제공하며, 작품 도착부터 설치, 전시 종료 후 반출까지의 흐름을 관리한다.
특히 아트페어 현장에서 운송사는 단순한 물류 업체가 아니라 운영 파트너에 가깝다. 전시장 바닥 하중, 크레인 사용 여부, 작품 반입 동선, 로딩덕 사용 시간까지 운송사가 관여하지 않으면 일정은 쉽게 어긋난다. 작품 하나의 이동이 아니라 수백 점이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작은 지연 하나가 전체 동선을 흔들기도 한다.
작품 설치 날 로딩덕 입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하역장에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고, 각 운송팀은 맡은 갤러리 부스로 작품을 옮기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크레이트가 열리고 닫히는 소리, 지게차와 자키로 작품을 내리는 모습, 핸들러들의 빠른 손놀림 속에서 아트페어는 비로소 형태를 갖춘다. 이 풍경은 아트페어 오거나이저라면 익숙하게 마주하는 일상이다.
또한 운송은 단순한 물류 문제가 아니다. 아트페어 현장에서 해외 작품이 움직인다는 것은 곧 통관 방식과 세금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작품이 한국으로 들어올 경우 대부분은 전시용 무상수입, 즉 한시적 전시 형태로 신고된다. 국내 법인이 있는 갤러리는 자체 명의로 진행하지만, 국내 브랜치가 없는 해외 갤러리는 행사 주최 측이나 운송사 명의로 통관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보세 상태로 유지되며 전시 종료 이후 재수출을 전제로 이동한다.
회화나 조각처럼 오리지널 아트워크로 인정될 경우 관세와 부가가치세는 모두 0%다. 하지만 사진이나 프린트, 에디션 작품은 세관 판단에 따라 상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경우 작품 가액의 약 10% 수준의 보증금을 납부하고 통관을 진행하며, 전시 후 재수출 시 환급받게 된다.
정식 수입으로 들어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한 작품이라도 이후 해외로 다시 반출된다면 환급이 가능하다. 전시 이후 해외에서 판매되는 경우 역시 한국에서는 무상 재반출로 처리되고, 세금은 작품을 구입한 국가에서 발생한다. 결국 작품은 어디서 소비되느냐에 따라 세금의 위치가 달라진다.
반대로 우리가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하기 위해 작품을 반출할 때에도 운송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해외에서는 설치 기준, 보험 요구 사항, 안전 규정이 국가마다 다르다. 어떤 도시에서는 로딩 시간이 엄격히 제한되고, 어떤 아트페어에서는 지정된 핸들러만 작품을 만질 수 있도록 규정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것이 운송사의 역할이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운송비는 어떻게 책정되는가.
운송비는 단순히 작품의 무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부피와 이동 거리, 항공 혹은 해상 운송 방식, 크레이트 제작 여부, 온습도 관리 필요성, 현지 핸들링 비용, 보험료, 통관 수수료까지 여러 요소가 동시에 반영된다. 같은 작품이라도 파리에서 서울로 오는 것과 홍콩을 경유하는 경우 사이에는 비용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국가별 관세 구조까지 고려되면 변수는 더욱 많아진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술품으로 인정될 경우 관세는 0%지만, 상품으로 분류되는 순간 두 자릿수 관세가 붙기도 한다.
한국은 장식성 작품에 엄격한 편이고, 중국이나 인도 역시 분류 리스크가 큰 시장이다. 반면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관세 부담이 거의 없는 지역도 있다. 결국 작품의 이동 경로는 단순한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세금 전략과도 연결된다.
이 지점에서 운송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더욱 중요해진다. 스토리지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지, 전문화된 핸들러가 있는지, 경험 많은 관세사가 함께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해외 갤러리와 현지 핸들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언어의 문제뿐 아니라 작업 방식의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해외 아트페어에서는 작은 오해 하나가 일정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
그래서 아트페어의 공식 운송사는 단순한 편의 제공자가 아니다. 통관 방식과 보세 구조, 반출 경로를 설계하며 작품의 법적 지위를 관리하는 파트너에 가깝다. 작품이 어디를 거쳐 이동하느냐에 따라 가격 전략과 시장 접근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미술 시장은 이동을 통해 작동한다. 작품은 고정되어 있을 때 보존되지만, 운송을 통해 움직일 때 비로소 시장 안에서 살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운송은 국제 아트페어를 표방하는 순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이번 칼럼은 운송사 로아트, 제연지엘에스, 큐비스의 자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박준수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