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박영실의 휴먼브랜딩] 설원 위의 개척자, 김상겸

입력 2026-02-13 17:25
수정 2026-02-13 18:48

2026년 밀라노의 차가운 설원을 뜨겁게 달군 김상겸 선수의 은메달 소식은 그야말로 짜릿했다. 한국 스노보드의 개척자로 불리며 오랜 시간 묵묵히 길을 닦아온 그가 마침내 정상에 섰을 때, 대중은 승리 이상의 깊은 울림을 느꼈다. 이제 그는 스포츠 스타를 넘어, 하나의 든든한 상징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불모지에서 피어난 은빛 질주<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그동안 대한민국 동계스포츠는 주로 빙상 종목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김상겸 선수가 설상 종목에서 전해온 승전보는 그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외로움 속에서도 십수 년간 눈 위를 달려온 그의 시간은, 화려한 조명보다 차가운 새벽 공기에 익숙한 우리 시대의 많은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이번 성공은 메달을 획득한 것을 넘어, 그가 오랫동안 쌓아온 전문성과 진정성이 대중에게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단단한 내면이 만든 독보적인 존재감<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그의 행보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매력은 시간이 빚어낸 단단한 서사다. 김상겸 선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유망주가 아니다. 수많은 좌절과 부상을 딛고 일어선 그의 이력은 대중에게 깊은 신뢰감을 준다. 한 우물을 판 장인 정신은 자극적인 성공 이야기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결국 꾸준함이 승리한다'는 고전적이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승리 후에도 자만하지 않고 과정을 되짚는 그의 태도에서는 존경받는 선배의 품격이 느껴진다.

경기 중 보여준 흔들림 없는 평정심도 인상적이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순간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슬로프를 내려오는 모습에서 진정한 고수의 면모가 드러났다. 이러한 절제된 태도는 그를 단순히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넘어,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의 위치로 격상시켰다. 진정한 강함은 겉으로 드러내는 힘이 아니라 안으로 갈무리된 여유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가 증명해준 셈이다.

과거에는 이 종목을 생소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김상겸이라는 이름이 곧 스노보드의 자부심이 되었다. 불모지를 옥토로 일궈낸 개척자의 고독함을 견뎌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인 아우라는, 대중이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메달보다 빛나는 인간적인 매력<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대중이 김상겸 선수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은메달이라는 결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상에 서기까지 그가 보여준 태도와 철학이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성공이란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을 대하는 태도의 합이라는 사실을 그는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비록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에 올랐지만, 기억 속에 남는 건 여전히 묵묵히 눈 위를 다듬던 그의 진솔한 모습일 것이다. 한 분야에서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인내와 품격이 무엇인지 증명해낸 김상겸 선수. 그의 향후 행보가 우리 사회에 또 어떤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줄지 기대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박영실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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