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합니다" 했는데…"연봉 11억 드려요" 반전 일어났다 [테크로그]

입력 2026-02-13 07:30
수정 2026-02-13 07:37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하다)"는 표현이 빅테크 채용에선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의 저급 콘텐츠가 쏟아지는 부작용이 부각되는 가운데 설득력을 갖춘 이야기와 메시지를 확산할 커뮤니케이션 인재들 몸값이 치솟고 있어서다. 사람 손을 거친 이야기와 메시지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광풍 속 '개발자' 대신 '커뮤니케이션 인재' 찾아13일 업계에 따르면 엔트로픽은 최근 미국 본사에서 일할 '고객 마케팅 리드' 채용공고를 올렸다. 이 직무 연봉 범위는 20만~25만5000달러(약 2억9000만~3억6800만원)에 이른다.

고객 마케팅 리드는 스토리텔링 프로그램 지원 업무를 맡는다. 고객 성공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제작·배포하는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여러 산업 사례를 통해 자사 AI '클로드'가 미치는 영향력을 나타낼 수 있는 '매력적인 서사'를 구축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엔트로픽은 이를 위해 '탁월한 온·오프라인 스토리텔링 능력'을 요구했다. 텍스트·영상 등 여러 채널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역량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에 '연봉 11억'…인재 선점 경쟁커뮤니케이션 분야 인재도 고액 연봉을 보장받는다. 넷플릭스는 최근 제품·기술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 채용공고에서 연봉 77만5000달러(약 11억1700만원)를 제시했다.

오픈AI도 앞서 미국 본사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총괄 자리에 38만7000~43만달러(약 5억5800만~6억2000만원)의 연봉을 내걸었다. 오픈AI의 AI 도구들을 강조할 산업별 스토리텔링과 대외 커뮤니케이션·경영진 메시지 전달 등이 주요 업무다.

최근 올라온 오픈AI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리드 연봉으로는 25만~35만싱가포르달러(약 2억8500만~3억9900만원)이 책정됐는데 기업간거래(B2B) 커뮤니케이션 전략, 산업별 내러티브 구축 등을 맡는 자리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또한 지난 5일(현지시간) 연봉 11만4000~18만8500달러(약 1억6400만~2억7200만원)을 조건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채용공고를 올렸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12월 AI·머신러닝 분야 커뮤니케이션과 제품 메시지·미디어 스토리 작성 능력을 갖춘 시니어 매니저 자리에 연봉 19만1400~28만8000달러(약 2억7600만~4억1500만원)을 제시했다.

1년 사이 연봉 7000만원 올라…"기업들도 가치 인식"포춘 500대 기업으로 추려보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몸값 상승세가 더 두드러진다. 컨설팅 업체 콘 페리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 CCO 연봉 중위구간은 지난해 말 기준 40만~45만달러(약 5억7600만~6억4800만원)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5만달러(약 7200만원) 오른 수준이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생성형 AI가 저품질 콘텐츠로 온라인을 장악한 상황에서 사람이 직접 작성한 글이 더 돋보이고 가치를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생산한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신뢰도와 맥락을 갖춘 이야기·메시지를 설계하는 역량이 오히려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술 인재만큼 설득력을 갖춘 전문가가 기업 경쟁력의 또 다른 핵심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자사 제품과 사업 방향을 설득력 있게 구사할 수 있는 인재를 활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피터 맥더멋 콘 페리 북미 기업 홍보 부문 총괄은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인재들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보상을 받고 있다"며 "보상 패키지(급여·처우)가 오르고 있다는 것은 일류 기업들이 커뮤니케이션 직무의 전략적 가치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