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 ‘핵심 수혜주’ 부상한 HD현대일렉트릭[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입력 2026-02-23 07:46
수정 2026-02-23 07:47

HD현대일렉트릭이 북미 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의 핵심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송·배전망 투자 확대 등 구조적 성장동력이 실적을 견인하며 ‘경기민감 제조업체’에서 ‘인프라 성장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분기 기준 사상 최고 이익률을 기록하며 수익성도 입증했다.

◆북미 수주 확대…창사 이래 최대 실적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5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8.8% 증가한 9953억원, 매출은 22.8% 늘어난 4조795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7318억원으로 46.8%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4.4%로 1년 새 4.3%포인트 올랐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률은 27.6%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북미를 중심으로 한 전력기기 매출 확대다. 북미 시장 전력기기 매출은 29.7% 증가했으며 전체 해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 매출 비중은 81.3%였다. 유럽 매출도 전년보다 38.3% 늘며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수익성이 높은 초고압 변압기와 고압 차단기 납품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국 애틀랜타 판매법인의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며 종속법인 매출은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일부 일회성 요인이 있었지만 변압기 수출단가 상승과 관세 비용 축소, 매출 증가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맞물리며 수익성 개선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주 실적도 탄탄하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연간 수주 42억74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연초 목표치(38억2200만 달러)를 초과했다. 수주 잔고는 전년 대비 21.5% 늘어난 67억3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는 수주 42억2200만 달러, 매출 4조35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고압 차단기 등 진입장벽이 높은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한 선별 수주 전략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뤘다. 이들 제품은 고객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 경쟁사 진입이 쉽지 않다.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시장 내 기존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상당 물량의 배전기기 수주를 합의한 상황”이라며 “2029~2030년까지 초고압 변압기와 연계한 대형 계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1년 새 158% 급등

실적 개선에 힘입어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년간 HD현대일렉트릭 주가는 158% 상승했다. 지난 2월 11일에는 99만8000원을 기록하며 100만원 선에 근접했다. 작년 4월 저점(26만4500원) 대비 약 4배 오른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35조원을 넘어섰다.

증권가는 최근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HD현대일렉트릭을 기존 전력기기 업종의 밸류에이션 잣대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력기기 업종은 과거 경기 확장기 수주 증가, 침체기 실적 악화 등 사이클에 민감한 업종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전력망 투자와 AI 데이터센터 수요 등 구조적 수요에 기반해 ‘인프라 성장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필요한 신규 전력 공급량은 약 100GW에 달하며 이 중 절반은 AI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로 추정된다. 김광식 교보증권 연구원은 “북미 전력 시장은 경기 사이클보다 AI 데이터센터, 제조업 자동화, 전기화 등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전력기기 업체들이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서 수혜를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친환경 전력기기 라인업 강화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압기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HVDC 변환용 변압기 국산화 국책사업과 관련해 일본 히타치에너지와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은 “HVDC 기술력이 앞서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수주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전력기기 수요 증가에 따라 관련 라인업 강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가스절연개폐장치(GIS)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GIS 공장 증설도 검토되고 있다. 유럽은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 달성을 목표로 해상풍력 등 친환경 전력망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배전기기 수요 증가에 대비한 설비 투자도 진행 중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6년부터 배전 스마트팩토리 가동을 시작한다. 1차 증설 이후 연간 생산능력(CAPA)은 기존 10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2.5배 확대되며 2030년까지 5000억원 규모로의 추가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목표주가 최고 115만원”
재무 건전성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48.8%로 2분기 연속 하락했다. 순부채도 8분기 연속 줄었으며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잉여현금흐름(FCF)도 2분기 연속 증가하며 현금 창출 능력이 강화되고 있다.

다만 북미 및 국내 공장 증설 속도에 비해 수주가 기대치를 밑돌 경우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환율과 미국 금리, 고객 납기 일정 등에 따라 분기별 실적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 등 구조적 리스크는 고객 전가율 상승 등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에 대해 대부분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 고마진 제품 비중 증가를 반영해 일부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100만~11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주가 기준 10%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 인프라 전환 국면에서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 탈탄소화 등 구조적 성장 트렌드에 올라탄 만큼 중장기적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