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더 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던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취업규칙 등에 경영성과급을 지급해야 할 근거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지급 여부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았던 만큼 이를 근로 제공의 대가인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이날 SK하이닉스 퇴직자 A씨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SK하이닉스가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노동관행 등에 의해 생산성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연봉제 급여규칙을 통해 경영성과급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해당 금원의 의미·지급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다.
이는 '퇴직금 산정 기준인 평균임금을 계산할 때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 따라 회사가 지급할 의무가 있는 금원을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실제 SK하이닉스의 PI·PS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지급 근거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 매년 지급조건, 지급률, 지급한도도 달라졌다. 심지어 노사 합의에 따라 특정 시기엔 단 한 푼도 지급되지 않기도 했다. 노사 간 임금교섭을 거쳐 지급 여부와 조건이 결정됐을 뿐이다.
대법원은 "SK하이닉스가 연도별로 한 노사 합의는 그 효력이 해당 연도에 한정되고 경영 상황에 따라 언제든 경영성과급에 관한 노사 합의를 거절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단체협약에 의해 SK하이닉스에게 경영성과급을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할 의무가 지워져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이 삼성전자 경영성과급 사건과 판단이 엇갈린 '결정적 차이'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달 29일 삼성전자의 PI(현 TAI)는 임금으로 판단했다. 취업규칙에서 지급 대상과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삼성전자 PS(현 OPI)는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산정된 '경영성과의 배분'에 해당해 임금성이 부정됐다.
경영성과급 지급 기준도 근로 제공과 직접적으로, 또는 밀접하게 관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SK하이닉스 PI·PS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삼성전자 'PI 평가 항목'은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이미 지급하기로 예정된 '상여기초금액'을 근로자들이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따라 차등 배분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했다. 게다가 근로자들이 근로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목표 달성 여부를 관리·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 평가 항목이 설계됐다.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된 이유다.
대법원은 "(SK하이닉스) PI·PS의 지급 여부와 액수를 결정하는 지급 기준 등이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며 "근로자들이 통제하기도 어려운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이상 이를 근로의 양이나 질에 대응하는 대가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