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고향 집 거실 TV 앞 ‘거실 1열’은 여러 세대가 나란히 앉은 작은 극장이다. OTT에서 함께 볼 영상을 고르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취향과 몰입이 교차한다. ‘뭐 볼 만한 거 없나?’ 휴식이 지루해질 때쯤 리모컨을 집어 들었지만 무한대의 선택지 앞에 막막한 이들을 위해 길잡이를 준비했다. 닷새간의 긴 휴일을 채워줄 작품들을 정리했다.
한국의 명절은 음식 준비로 시작해 음식 나누기로 끝난다. 웨이브에서 13일 첫선을 보이는 ‘공양간의 셰프들’은 사찰음식 명장 6인이 한자리에 모여 공양을 준비하고 나누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흑백요리사 시즌2’에서 ‘백수저’ 셰프로 활약한 선재 스님과 ‘셰프의 테이블’로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정관 스님 등이 출연한다. 중장년층의 화두인 건강, MZ세대가 주목하는 채식 등을 아우르는 주제다.
넷플릭스에 최근 공개된 다큐멘터리 ‘1997 세계최강 아키라키드’는 페이커 이전에 한국 게임계의 우상이었던 신의욱, 조학동 선수가 199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첫 대전격투게임 세계대회 ‘버추어파이터3’를 제패하고 자취를 감춘 이야기를 다뤘다. 지금 “게임 좀 그만하고 공부해라”고 잔소리하는 부모들도 한때는 게임에 열광했다. 게임을 매개로 그 시절을 추억하는 4050뿐 아니라 ‘뉴트로’에 열광하는 1020도 흥미진진하게 볼 만한 다큐멘터리다.
tvN에서 현재 방영 중인 수·목 드라마 ‘우주를 줄게’는 사돈남녀가 20개월 조카 ‘우주’를 함께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동거 로맨스로, 티빙을 통해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육아의 고충과 경이를 버무린 사랑 이야기라 여러 세대가 각자의 공감대를 찾으며 즐길 법하다.
대한민국 가구의 3분의 1 이상이 1인 가구인 시대. ‘나 홀로 명절’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가족애를 강조하는 작품보다는 ‘고자극’ 로맨스물이나 스릴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짧은 귀성 여정 뒤 기름진 명절 음식의 여운을 씻어내기에도 제격이다.
넷플릭스에서 13일 공개되는 ‘순수 박물관’은 19세 이상 관람가 드라마다. 1970년대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어린 상점 직원에게 품은 금지된 사랑이 그의 평생을 지배하는 내용으로, 오르한 파묵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마찬가지로 넷플릭스에서 같은 날 공개되는 8부작 드라마 ‘레이디 두아’는 배우 신혜선, 이준혁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다. 가짜 명품으로 상류층을 속이려는 여자와 그녀의 욕망을 추적하는 형사의 위험한 심리전을 그린 작품이다. 또 다른 스릴러 드라마 ‘블러디 플라워’는 지난 4일 1, 2화가 공개된 이후 디즈니+에서 화제작에 올랐다. 배우 성동일, 려운 등이 출연한 8부작 드라마로 모든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연쇄살인범을 둘러싼 이야기다.
전 세계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박찬욱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도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직장에서 해고된 남자가 자신의 재취업 경쟁자들을 제거해 나가는 범죄 스릴러이자 블랙 코미디다. 연휴 끝, 일터라는 각자의 전쟁터로 돌아가기 전에 관람하면 마음의 전열을 가다듬게 만드는 작품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