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빈방이 없어요"…도심 숙박난에 사무실 '재활용' 눈길

입력 2026-02-12 09:39
수정 2026-02-12 09:51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서울 도심의 호텔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보스턴에서 빈 사무실 건물을 호텔로 용도 변경하는 사례가 대안으로 제시돼 주목된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으로 신규 호텔 건축의 사업성이 떨어지자 기존 상업용 건물을 재활용해 숙박 시설을 빠르게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도는 오피스 공실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폭증하는 관광 수요를 수용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보스턴글로브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보스턴 시내 아틀란틱 애비뉴에 위치한 유휴 오피스 건물을 113실 규모의 호텔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건물은 과거 로펌이 사용하던 사무 공간이었으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수요가 급감하면서 장기간 비어있던 곳이다. 보스턴글로브는 도심 오피스 빌딩을 호텔로 개조하는 것이 침체된 상업 지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매업 상권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보스턴의 이번 프로젝트는 ‘적응적 재사용(Adaptive Reuse)’ 개념을 적용한 사례다. 신규 건축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긴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기존 골조를 유지하면서 내부 인테리어와 설비만 교체해 호텔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보스턴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무실 수요는 줄어든 반면 여행객의 숙박 수요는 견조하다”며 “빈 건물을 호텔로 바꾸는 것은 시장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상황도 보스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5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874만 명을 돌파하며 종전 기록인 2019년의 1750만 명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광객이 서울 도심으로 집중되면서 주요 호텔의 객실 점유율(OCC)은 80%를 상회하고 있으며, 평균 객실 단가(ADR)도 매년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그러나 서울 도심 내 신규 호텔 공급은 인허가 규제와 가파른 건축비 상승 등으로 인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호텔 업계에서는 서울 도심의 노후 오피스 빌딩을 호텔로 용도 변경하는 방식이 공급 부족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스턴글로브가 보도한 대로 용도 전환 방식은 신축 대비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이미 검증된 입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명동이나 종로 등 도심 내 유휴 상업용 건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숙박 대란을 완화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까다로운 소방 및 건축법 규제와 용도 변경에 따른 인센티브 부족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