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정보 유출 사태가 한·미 우호를 뒤흔들 정도의 뇌관으로 부상 중이다. 미국 의회의 심상찮은 반응이 잘 보여준다. 하원 법사위가 쿠팡 대표를 불러 핍박 실상을 확인하는 성격의 비공개 청문회를 오는 23일 열기로 한 가운데 상원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무역 파트너들이 미국 기업을 차별 없이 대우해 주기를 바란다”는 글을 엊그제 SNS에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장녀(이방카)가 ‘내 친구’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만큼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라 더 주목받는다.
정부 관계자들의 부인에도 쿠팡 사태가 관세 등 양국 현안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황 또한 적지 않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유력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쿠팡 사태가 한·미 간 지정학적 이슈로 전환된 듯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이나 관세 분야에서 비용을 높이는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전 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몽골 담당 보좌관 출신이고, 전직 활용은 미국의 전형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으로 간주된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성실하지 못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기업에 대한 정당한 조치에 동맹국이 개입하는 상황 자체가 당혹스럽다. 내정간섭으로 볼 여지도 적잖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 정부와 국회 등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과징금 폭탄, 집단소송, 영업정지 등의 표현도 거칠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인 대표를 불러 ‘오만방자하다’는 등의 막말 호통을 친 국회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쿠팡 사태의 경과는 개선책보다 응징에 방점을 찍는 감정적 정책의 위험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외교당국은 미국 측과의 적극적 교섭을 통해 쿠팡 문제가 관세 등 국가적 현안까지 흔드는 일이 없도록 성실하게 해명하고 차분하게 대응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