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8000가구, 성수 9000가구 시공사 선정…서울 공급 '탄력'

입력 2026-02-11 18:05
수정 2026-02-12 01:49
공사비만 2조원대로 추정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4구역이 최근 재건축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회사가 눈독을 들여 물밑 수주 경쟁이 한창이다. 압구정 전담 조직과 홍보관을 마련하는가 하면 조합원을 대상으로 세무·자산관리 컨설팅을 해주며 눈도장을 찍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사업 규모는 역대 최대인 80조원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만 70여 개 재건축·재개발 구역(공사비 50조원)에서 시공사를 정한다. 건설사 결정 이후 정비사업이 사실상 본궤도에 올라 인허가와 분양 등 주택 공급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초부터 뜨거운 수주 경쟁
서울에서는 ‘압여목성’(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으로 불리는 4대 핵심 지역뿐 아니라 강남권과 용산 등에서 알짜 사업지가 대거 나온다. 압구정4구역은 지난 4일 입찰 공고를 냈다. 현대8차와 한양6차 등 4개 단지(1340가구)를 허물고, 최고 67층 1664가구로 다시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가 2조1154억원으로 압구정 6개 구역 중 세 번째로 많다. 입찰 보증금만 1000억원에 이르지만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등이 입찰을 고려 중이다.

양천구 목동6단지는 12일께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개 단지 중 처음이다. 삼성물산,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고 후 입찰 마감까지 2개월, 최종 선정까지 또 2개월 정도 걸리는 만큼 6월에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성동구 성수1·4지구도 있다. 1지구는 GS건설과 현대건설, 4지구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와의 협업을 내세우는 등 건설사 간 홍보전이 뜨겁다.

대형 사업지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압구정3·5구역이 이달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3구역은 기존 3896가구를 5175가구로 재건축하는 강남 최대 정비사업지다. 양천구 목동13단지(재건축 후 3852가구),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2493가구), 용산구 신동아(1903가구), 서초구 반포미도1차(1739가구), 강남구 개포우성4차(1080가구), 대치쌍용 1차(999가구) 등도 올해 시공사를 구한다. ◇서울 아파트 40%는 노후 단지업계에선 앞으로 3~4년간 인기 주거지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준공 30년 이상 노후 단지가 늘고 있어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1999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작년 말 기준 전체(190만 가구)의 39.5%인 75만 가구에 달한다. 노원(13만2000가구), 강남(6만3000가구), 강서(5만6000가구), 송파(5만4000가구), 도봉(4만7000가구), 양천(4만7000가구), 영등포(3만6000가구) 등의 순서로 많다. 경기 성남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과 지방 노후도시 재건축 물량도 나온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진단 기준 완화,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조합 설립 동의 요건 완화 같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나선 영향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주택본부장은 “집값 상승과 용적률 인센티브로 재건축 가능한 단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를 정하는 곳이 증가하면서 전국 곳곳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많게는 조 단위 자금이 들어가는 거대 프로젝트인 만큼 시공사의 자금력과 신용 보강이 더해져야 사업이 원활히 굴러갈 수 있어서다. 건설사의 노하우가 설계안 변경과 신속한 인·허가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 주택 부족은 지난 10년간 재건축·재개발이 정체된 탓이 크다”며 “시공사를 정한 사업지가 빨리 착공까지 이를 수 있도록 통합심의 등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강영연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