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장악한 태양광 되찾을 新무기 '탠덤'…한화·HD현대 개발 총력

입력 2026-02-11 17:18
수정 2026-02-12 01:10
“중국은 폴리실리콘, 웨이퍼, 셀, 모듈에 이르는 태양광 밸류체인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시장 내 경쟁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태양광 셀)로의 기술 도약이 불가피하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은 2022년 영국 옥스퍼드대 클라렌던 랩에 파견 근무하던 시절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당시 소속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송고했다. 중국산 태양광의 가격 공세를 극복하는 동시에 좁은 국토라는 구조적 제약을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고효율 태양전지’를 지목한 것이다. 당시 보고서는 국내 업체의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에 정부 지원을 늘리는 계기가 됐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잠식당한 태양광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생긴 건 기존 태양전지의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태양전지에 들어온 햇빛 에너지 중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율인 발전효율이 25% 안팎에서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독일 태양광 시장조사기관 ITRPV에 따르면 현재 태양광 시장의 주력 셀 기술인 탑콘의 연간 발전효율 상승 폭이 0.5% 내외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가 좁은 한국은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발전효율을 높이는 것이 필수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가 새 승부처로 주목한 것이 ‘적층’(탠덤)이다. 서로 다른 태양전지를 위아래로 쌓아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특히 한화솔루션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2029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은 이론적으로 40% 이상 효율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론지솔라, 미국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등이 뛰어들어 발전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이 차관이 몸담았던 클라렌던 랩의 헨리 스네이스 교수가 설립한 옥스퍼드PV는 2023년 당시 기준 최대 면적(258㎠)의 웨이퍼에서 28.6% 발전효율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공급망도 재편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은 얇은 막을 층층이 입히는 공정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전용 장비와 소재가 필요하다. 주성엔지니어링, 셀코스, 고산테크 등이 관련 장비를, 엘케이켐 등은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태양전지 기술 전환의 ‘첫 단추’를 놓친 경험이 있다. 과거 시장의 주력 셀은 퍼크였는데, 전기 손실이 상대적으로 커 발전효율이 20%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에 LG전자는 효율을 20%대 중후반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탑콘의 개발과 양산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에 LG전자는 2022년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며 탑콘 관련 특허 대부분을 매각했다.

이후 2년여 만인 2024년 탑콘은 시장 점유율 50%를 넘기며 주류 기술로 자리 잡았다. 중국 기업이 고효율과 양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탑콘을 선택한 결과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