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태릉CC(사진)를 지상 10~18층 높이 공동주택으로 개발했을 때 태릉(문정왕후 단릉)과 강릉(명종과 인순왕후 쌍봉릉)의 일부 조망에 ‘심각한 부정적 시각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고려하면 건물 높이와 공급 규모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6800가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종욱·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태릉지구 세계유산 영향성 분석 연구용역’에 따르면 6800가구 공급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했을 때 강릉 능침과 정자각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시각 영향이 ‘심각’(-5) 등급으로 나타났다. 유산영향평가 7단계 척도 중 점수가 가장 낮다. 태릉CC 옥상, 15번 홀 등에서도 최저 등급(-5)이 나왔다.
보고서는 2021년 8월 당시 정부가 추진한 주택 공급 목표 ‘6800가구, 최고 층수 10~18층’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LH의 의뢰를 받아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이 2021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연구했다.
보고서는 세계유산평가의 필수 요소인 ‘시각영향평가’ 때문에 개발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태릉과 강릉 앞 왕릉숲은 폭이 각각 350m, 100m 내외로 다른 왕릉에 비해 좁다. 강릉의 정자각 앞, 진입구, 홍살문 앞을 비롯해 태릉 외부가로변, 구리갈매지구 경관축 등도 ‘중간 정도의 부정적 영향’(-3)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최고 30층 높이인 인근 경기 구리갈매지구 등(총 2만3000가구)이 강릉에 미치는 누적 영향이 심각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권고안에는 강릉 조망 수평선을 지키기 위해 건축물 높이를 최소 11.5m(3~4층)까지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산 경계에서 100~200m 구간은 18~26m(약 6~8층)로 낮출 것도 제안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평가 내용을 반영하면 3000가구도 짓기 어렵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반 환경이 달라졌다며 공급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29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영향평가를 최대한 신속히 받고 준비를 제대로 하면 충분히 (사업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교통 문제와 노원구와의 견해차 등도 해결 과제로 꼽았다. 종묘 경관을 이유로 개발에 제동이 걸린 종로구 세운4구역과의 형평성 논란도 나올 수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