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록임대 2만가구 풀린다…"매물 더 늘어날 것"

입력 2026-02-11 16:57
수정 2026-02-11 23:54
올해 서울에서만 8년 의무임대 기간을 채운 등록민간임대 아파트 2만여 가구가 시장에 풀린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나오는 매물과 임대사업자 물량이 집값 안정에 기여할지 관심을 끈다. 다만 세입자의 주거 안전판 역할을 하던 등록임대 해제로 전·월세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에서 2만여 가구 임대 만료
11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2만2822가구의 아파트(공공지원민간임대와 기업형 임대 제외)가 등록임대주택에서 자동 소멸된다. 내년과 2028년엔 각각 7833가구, 7028가구의 의무임대 기간이 만료된다.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임대사업자는 등록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와 양도세 중과 배제 같은 세제 혜택을 받는다. 대신 전·월세 가격을 연간 5% 이상 올리지 않으면서 최소 8년간 임대로 내놓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세제 지원으로 2018년 폭발적으로 늘어난 등록임대 물량의 만기가 올해부터 잇달아 돌아온다. 업계에선 임대사업자 상당수가 주택 처분에 나설 유인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무임대 기간이 종료되면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한층 커지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등록임대주택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없앨 가능성도 내비쳤다. 업계에선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연일 SNS를 통해 다주택자를 압박하며 ‘버티기’ 대신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고 있다. 5월 9일 종료될 예정인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강조한 데 이어 전날엔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피해 매물로 나오면 집값 안정 효과가 미지수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의 장기일반 매입임대 중 아파트는 총 4만2019가구다. 앞으로 수년에 걸쳐 이 물량의 상당수를 매물로 끌어내겠다는 게 정부의 게획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만1755건으로 최근 한 달 새 7.9% 늘었다. ◇“주택 처분 퇴로 열어줘야”임대사업자들은 주택을 처분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항변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임대의무기간 종료 이후에도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 청구로 계약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 규제 때문에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은 매도가 불가능해 사업자는 보유세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 10일 세입자를 낀 다주택자 매물에 대해 실거주 의무 유예 방침을 밝혀 거래 절벽은 완화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택 처분을 여의찮게 하는 규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서울의 아파트 두 채를 장기일반임대로 등록한 A씨는 “거주하는 집이 재건축 단지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적용된다”며 “거주 주택과 임대주택 모두 매매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수도권 기준 공시가 6억원 이하 요건을 갖춰야 해 등록임대 아파트 중 서울 외곽 주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등록임대는 2020년 폐지됐다.

올해 등록임대주택 자동 말소 물량이 대거 나오는 게 서울 임대차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사업자가 8년간 올리지 못한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려고 할 공산이 크다”며 “집주인의 전·월세 ‘리셋’이 임대차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경준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등록임대주택 임대료는 일반 주택보다 30~40% 저렴하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