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6시 무렵 찾은 서울 주요 번화가는 예상보다 더 고요했다. 평일 월요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거리에는 활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번화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대부분 손님 없이 텅 빈 모습이었다.
최근 내수 부진이 장기화된 가운데 회식 문화, 외식 트렌드가 급변이 더해지면서 외식업 전반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산업이 흔들리면 그 충격이 지역 경제와 고용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특히 서울에서는 직장인 밀집 지역은 물론 2030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힙'하고 가성비 좋은 상권까지 어려움을 겪으며 위기 신호가 번지고 있다. ◇ 서울 곳곳에 퍼지는 폐업12일 한경닷컴이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 통계를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상업지구인 강남구와 영등포구의 외식업(일반+휴게음식점) 폐업 점포 수가 각각 2680곳과 1721곳으로 집계됐다. 강남구는 2005년, 영등포구는 2006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강남구는 4년째 폐업 점포 수가 오르기만 하고 있다. 증권가 등이 밀집한 영등포구의 외식업 폐업은 증가율로 따져보면 전년 대비 무려 34%가 증가했다.
서대문구는 지난 2023년 879곳이 폐업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한 후 수치로는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지만, 이는 더 이상 폐업할 곳이 없을 정도로 업황이 악화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젊음의 상징'으로 불리던 서대문구 신촌의 변화는 무서울 정도다. 젊음의 온기는커녕 대부분의 상점은 텅 비어 한기까지 느껴졌다. 간혹 손님이 있는 가게도 1~2개 테이블만 차 있을 뿐이었다. 신촌에서 포장마차 집을 운영하는 조모씨는 "방학 시즌이긴 하지만 예년보다 사람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요즘 직장인도 학생들도 술을 안 마시다 보니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2030세대 사이 인기가 커지면서 핫플로 떠오른 마포구 연남동은 유동 인구로만 보면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음식점 내부를 보면 신촌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술집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지난해 추석 이후부터 계속 매출이 하락세"라면서 "야간 되면 아예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마포구는 2024년 1929곳이 폐업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1685곳이 더 폐업했다. 지난해 기록은 역대 2번째 최고치다. 폐업 건수가 1500을 넘긴 것은 지난해와 그 전년도뿐이다. 그나마 인근 홍대입구 쪽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편이다. ◇ "폐업 지원 콜센터 전화 연결만 1시간"폐업에는 비용도 수천만 원에 달할 뿐 아니라 권리금 회수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정부는 폐업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희망리턴패키지 원스톱폐업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60일 이상 사업을 운영한 폐업(예정)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정리컨설팅, 점포철거비(최대 600만원), 법률자문, 채무조정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최근 이러한 제도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게 자영업자들과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외식업 점주는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빨리 진행도 안 된다. 콜센터 전화 연결도 1시간 만에 됐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재기지원실 관계자는 "원스톱폐업지원 신청은 항상 많이 되고 연초에 특히 몰린다"며 "(공고를) 기다렸다가 신청하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폐업자가 늘면서 정부에서도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추경으로 600억원이 추가 편성됐다"고 덧붙였다. ◇ "근본 대책은 자영업 내몰리지 않게"전체 자영업 수는 최근 2년째 감소하는 등 축소되는 흐름이지만, 고령 자영업자가 급증하는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의 외식업 트렌드는 다방면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적응 속도가 느린 고령층일수록 시장 변화 수용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3.2% 증가해 나 홀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로는 약 216만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1.5배 불어났다. 비율도 전체 중 약 40%에 달해 최고 수준이다.
고용정보원은 지난해 3월 발표한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은 고령자가 조기퇴직 후 재취업하지 못해서 자영업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자영업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정치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보/이정우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