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유조선 나포 검토…트럼프 경고에도 유가는 잠잠

입력 2026-02-11 10:34
수정 2026-02-11 10: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운송 유조선의 추가 나포를 검토했지만, 이란의 보복을 우려해 이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주 국제 유가는 횡보세를 나타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의 보복 가능성이 매우 높고, 세계 원유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란 유조선 나포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베네수엘라 봉쇄 조치의 일환으로 최근 두 달간 이란산 원유를 실은 선박을 압류했다. 이른바 ‘그림자 선단’으로 불리는 유조선들이 대상이다. 이들 선박은 제재 대상 국가의 원유를 중국 등으로 운송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서 원유를 선적하는 제재 대상 선박의 활동을 추가로 차단해 이란의 주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봉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에서 시행한 전략을 확대하는 셈이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들어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 20척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 선박은 잠재적인 나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타격 대신 경제적 고립을 심화시켜 핵 프로그램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이란에 군사 작전을 실행할 경우 이란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정권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 내부에서 이 방안이 가져올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커서다. 가령 이란이 중동 내 미국 동맹국의 석유 운송선을 나포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WSJ는 백악관이 유가 급등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과 군사 개입 두 가지 카드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 미국과 이란 간의 2차 핵 협상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협상을 타결하거나, 지난번처럼 매우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주변에 군사자산 배치를 강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 함대가 그곳으로 향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함대도 추가로 투입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무력 개입을 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외교적 해결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우리는 이란과 훌륭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며 이란이 “협상을 매우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처럼 미국이 실제로 군사 작전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이란에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날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 대비 0.4달러(0.62%) 떨어진 배럴당 63.96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WTI는 배럴당 64달러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정학적 긴장에도 원유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미국 원유 재고 증가분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