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작' 문서, 판사도 속았다…구속 면한 20대 남성 '덜미'

입력 2026-02-11 07:09
수정 2026-02-11 07:10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잔액이 23원인 계좌에 9억원이 있는 것처럼 꾸며 구속을 면한 20대 남성이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덜미를 잡혔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부산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김건)는 최근 투자금 명목 등으로 약 3억2000만원을 가로챈 다음 수사기관에 허위 잔고증명서를 제출한 혐의(사기, 사문서위조·동행사 등)로 A(27)씨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AI를 이용해 의사국가시험 합격증과 가상화폐 보유 내역 등 허위 이미지를 만들어 투자를 유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약 3억20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사기 혐의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계좌에 9억원이 있다면서 AI로 위조한 잔고증명서를 내밀었다. 재판부는 당시 A씨가 피해액 전액을 변제하겠다고 약속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영장 기각 후 약 한 달이 지났는데도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앞서 A씨가 AI를 사용해 의사국가시험 합격증 등 자료를 위조한 점을 주목했다. 잔고증명서의 진위를 의심한 것.

검찰은 사실조회와 계좌 추적을 통해 잔고증명서가 위조됐고 해당 계좌의 실제 잔액은 23원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담당 판사와 검사, 피해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위조한 잔고증명서를 제시했다.

검찰은 이후 구속영장을 다시 발부받았다. 이어 추가 조사를 거쳐 A씨를 구속기소 했다.

검찰 측은 정교한 허위 AI 이미지를 제출해 판사도 기망한 사안이라면서 검사의 보완수사로 법원의 오판을 시정하고 여죄를 추가 규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