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중학생 사망 사건' 2심서 진범 뒤집혔다…"계부 아닌 형이 살해"

입력 2026-02-11 18:33
수정 2026-02-11 18:34

'전북 익산 중학생 사망 사건'의 진범이 재판 과정에서 뒤집혔다.

1심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한 '계부'를 진범으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친형'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계부의 묵인하에 고등학생인 친형이 중학생 동생을 폭행해 사망했다고 결론 내린 것.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양진수 부장판사)는 11일 계부 A씨(41)의 아동학대 살해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해자는 친형의 폭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동학대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피해자 친형의 폭행을 묵인·방조한 아동학대 치사 혐의는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원심의 징역 22년보다는 가벼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 근거로 "피해자의 친형은 사건 당일 경찰 조사에서는 '내가 동생을 때렸다'고 진술했다가 이튿날 바로 '나는 때리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면서 "이후 보호기관에 가서는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이전과 다른 말을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해자의 친형은 항소심 법정에 와서는 '아빠(A씨)가 시켜서 동생을 발로 밟았다'고 재차 증언을 번복했다. 반복된 진술 번복에 비춰볼 때 친형의 말은 자연스럽지 않을뿐더러 신빙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신 사건 당일 피해자의 친형과 큰아버지이자 A씨의 형이 나눈 대화에 주목했다.

항소심 재판부에 따르면 피해자의 친형은 사건 이후 큰 아버지에게 '제가 (동생을) 많이 때렸다'라고 말했고, 이는 녹음돼 법정에서 재생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말은 경찰이 현장에 오기도 전에 나온 최초의 진술로 신용성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 관계인들의 여러 진술과 증거 등을 토대로 법정에서 그날의 진실을 새롭게 그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당일 피고인은 거실에 있었고, 피해자의 친형이 방 안에서 피해자를 폭행하는 것을 봤거나 적어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피고인이 아동학대의 고의를 갖고 피해자가 당하고 있는 폭행을 묵인 내지는 방조한 것으로 설명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친형 또한 피고인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학대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분노와 정신적인 압박감이 분출돼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사건은 모두 아동학대에서 기인했으므로 이들의 보호자인 피고인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를 직접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건 아니지만, 평소 자녀들에 대한 아동학대로 14살에 불과한 피해자가 숨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피고인이 과연 진정으로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참회하고 반성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1월 31일 전북 익산시 자택에서 중학생 의붓아들인 B(14)군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집에 있던 A씨와 피해자의 친형을 추궁했고 이 둘은 모두 "내가 때렸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형은 "나는 동생을 때리지 않았다"고 말을 바꿔 A씨만 기소됐다.

A씨는 1심 법정에서는 공소사실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에 와서는 "진범은 B군의 형"이라면서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다퉜다.

경찰은 이날 항소심 재판부가 진범으로 B군의 형을 지목하자 "사건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