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슈퍼사이클'에 메모리 기업·기술 기업 희비 교차

입력 2026-02-10 21:08
수정 2026-02-10 21:13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례적인 메모리칩 가격 폭등을 이끌고 있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로 전세계 기술 기업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또 대규모 AI투자라는 변수로 이번 사이클이 과거와 달리 언제 끝날 지도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모리칩을 주로 사용하는 게임콘솔 제조업체 닌텐도부터 주요 PC브랜드, 애플과 애플의 공급업체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업의 주가가 수익성 우려로 하락하고 있다. 반면 메모리업체인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그리고 저장장치 생산업체인 샌디스크 등의 주가는 전례없는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다.

블룸버그 글로벌 가전제품 제조업체 지수는 작년 9월말 이후 약 10% 하락했다. 반면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제조업체 지수는 약 160% 급등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펀드매니저인 비비안 파이는 그럼에도 메모리칩 품귀가 장기화될 위험성이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기업 가치 평가는 대부분 이번 메모리 품귀 사태가 1~2분기 내에 정상화될 것이라는 가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업계의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와 분석가들은 이제는 기업들이 공급 확보나 제품 가격 인상, 또는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품 설계 변경에 나서는 등 대처 전략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 콜에서 메모리 칩 부족과 가격 문제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혼다자동차는 이 날 메모리 부품 공급에 위험 단계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프로세서 제조업체인 퀄컴의 주가는 지난 주 목요일 메모리 부족으로 휴대폰 생산이 제한될 것이라는 신호가 나온후 8% 이상 하락했다. 닌텐도는 전 날 급등한 도쿄 증시에서 메모리 부족에 따른 마진 압박을 경고한 뒤 18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업체인 스위스의 로지텍 인터내셔널의 주가는 높은 메모리 가격으로 PC 수요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11월 최고치 대비 약 30% 하락했다. BYD부터 샤오미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기차 및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주가도 반도체 부족 우려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삭소의 최고 투자 전략가인 차루 차나나는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은 시장에서 인지하고 있어 이미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공급부족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술대기업들의 대규모 AI인프라 투자로 메모리칩 부족 현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으로 생산 설비가 기존 DRAM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 번 메모리 사이클 까지는 메모리 칩 주 수요를 PC와 스마트폰 등이 주도해왔으나 지금은 AI서버와 데이터센터가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4대 기술대기업만 해도 올해 6,500억달러의 자본 지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가운데 상당 부문이 AI인프라관련 투자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이번 메모리 사이클을 일반적인 공급과 수요의 패턴을 넘어선 “슈퍼사이클”로 부르고 있다.

2월 10일 기준으로 DDR5와 DRAM의 현물가격은 1년 사이에 680%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같은 최종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낸드(NAND) 플래시 512Gb 현물가격은 573% 올랐다. AI로 인해 낸드 칩을 비롯한 저장 장치에 대한 신규 수요가 창출되면서 이들 제품을 사용하는 산업 부문의 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메모리 칩 제조업체들은 기술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수혜주이다.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말 이후 150% 이상 상승했고 삼성전자는 110% 가량 올랐다.

이보다 스펙이 낮은 일반적인 메모리칩 제조업체중 일본의 키옥시아 홀딩스와 대만의 난야 테크놀로지는 각각 270% 이상 상승했다. 미국의 샌디스크는 무려 400% 이상 급등했다.

취리히 소재 GAM 투자운용의 펀드매니저인 지안 시 코르테시는 "역사적으로 메모리 사이클은 보통 3~4년 정도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사이클은 기간과 규모 면에서 이전 사이클들을 넘어섰으며, 수요 모멘텀이 둔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