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의 '2%' 쏟아붓는다…美 뒤흔든 '역대급 투자' 비밀

입력 2026-02-10 17:37
수정 2026-02-1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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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10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빅테크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리는 가운데 초장기 채권까지 찍겠다는 것이다. 특히 알파벳을 포함한 ‘빅4’의 AI 투자액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960년대 아폴로 달 착륙 계획(0.2%)의 10배에 달하는 역대급 투자다. ◇30년 만의 기술기업 ‘센추리본드’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알파벳은 이날 미국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다른 7종의 달러 표시 채권 200억달러를 발행했다. 당초 150억달러를 조달할 예정이었는데 1000억달러 이상이 몰려 발행액이 늘었다. 시장은 기술 기업이 무리하게 빚을 진다고 판단하기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로 해석했다.

더 주목받은 것은 100년짜리 채권이었다. 알파벳은 영국 파운드화로 100년 만기 초장기채 발행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 기업은 대부분 최대 4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는 만큼 외신은 알파벳의 이번 결정을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1996년 IBM, 1997년 모토로라 이후 약 30년 만에 기술 기업의 ‘센추리본드’가 발행되는 것이다. FT는 “다중 통화 채권 발행은 빅테크가 필요로 하는 막대한 자본 규모를 고려해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100년 만기 채권은 그동안 정부, 대학 등 기관이 발행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각국 정부를 제외하고 파운드화로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한 곳은 옥스퍼드대, 프랑스전력공사(EDF), 자선단체 웰컴트러스트 등 세 곳에 그친다. 블룸버그는 “일반 기업은 인수합병 가능성, 시대에 뒤처질 수 있는 사업 모델과 기술 때문에 100년 만기 채권 발행이 드물었다”고 했다. ◇달 착륙 프로젝트 압도AI 칩 구매,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위한 기술 기업의 자본 투자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4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로 분류되는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의 올해 자본지출(CAPEX) 전망치는 6100억달러로 작년(3585억달러) 대비 7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전(1249억달러)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로 늘어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4개사의 자본 지출 규모는 미국 GDP 대비 2.1%에 달한다. 달 착륙 계획(아폴로 프로젝트)에 쓰인 돈은 GDP의 0.2%(1960~1973년 연평균 GDP 기준) 정도다. 4대 빅테크의 AI 투자는 1850년대 미국 철도 확장 사업(2%)과 1950~1970년대 미국 고속도로망 구축사업(0.4%)보다 규모가 크다. 이와 견줄 만한 자본 투입 사례는 1803년 미국의 루이지애나 매입뿐이었다. AI 투자가 대부분 민간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말라가는 현금빅테크가 대규모 지출 상당액을 회사채로 조달하려는 만큼 차입액 역시 늘어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차입액이 지난해 1650억달러에서 올해 4000억달러로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쟁적인 채권 발행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MS는 자산 대비 현금 및 단기 투자 상품 비중이 2020년 43.4%에서 지난해 4분기(10~12월) 13.4%로 급락했고 메타와 알파벳도 모두 40%대에서 20%대로 낮아지는 등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FT는 “알파벳, 아마존, 메타 모두 최근 실적 발표에서 설비투자 계획을 확대했다”며 “이들이 보유 현금 흐름만으로 이 전례 없는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