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총서 "합당 추진 어려워" 공감대…鄭 리더십 기로

입력 2026-02-10 17:31
수정 2026-02-11 01:11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에 대해 “현 상황에서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10일 의견을 모았다. 정청래 대표가 지난달 22일 전격 제안한 이후 당내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이어졌다. 정 대표 리더십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의원들 “제안 절차 매끄럽지 않아”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합당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고, 6월 지방선거 전에는 추진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합당 제안이 갈등으로 귀결되고 있는 상황 인식을 공유했다”며 “의원들은 대체로 통합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추진이 어렵다는 것과 이런 결과를 반영해 당 최고위원회의가 신속한 결론을 내려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11일) 정식으로 국민과 당원께 말씀드리는 과정이 최고위원회를 통해서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합당 철회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날 의총에서는 약 20명의 의원이 발언했는데,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는 성급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호남권 의원은 “합당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금 당장 하는 것은 멈췄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다른 의원은 “갈등 국면이 오래 가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정 대표의 합당 제안 절차가 매끄럽지 않았다며 사과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을 품는 것이 중도층 표심에 좋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결렬이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정 대표가 지난달 22일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공식 제안하기 전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상의하지 않으면서 시작부터 ‘패싱’ 논란이 나왔다. 합당 이후 조국혁신당 인사를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지명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대외비 문건이 유출돼 파장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강하게 비판했고, 친정청래계 의원들이 여기에 반박하며 당내 갈등이 빚어졌다.

조국혁신당이 자당의 ‘DNA 보존’을 요구한 것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조국혁신당은 ‘사회권 선진국’ ‘토지 공개념’ 등 아젠다를 민주당이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받아들였다가 중도 표를 잃을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내부적으로 많았다.◇지선 후 흡수 합당론 ‘고개’합당이 결렬 수순을 밟으며 조국혁신당과의 관계 설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로서는 단일화 등 선거 연대 방식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크지만, 합당 논의 과정에서 양측의 감정 소모가 컸던 만큼 원활한 합종연횡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 입장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다. 민주당에 양보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비례대표만 12석인 조국혁신당이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흡수 합당론’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 지지층이 분열될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정 대표 리더십 역시 역풍을 맞게 됐다. 정 대표는 합당 논의가 한창이던 최근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추천한 전준철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인단이었던 이력이 드러나 한 차례 곤욕을 치렀다. 청와대가 불편한 기류를 내비치자 정 대표가 사과했지만 당내에선 후보 추천 당사자인 친청계 이성윤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요구까지 쏟아졌다. 여당 관계자는 “2차 종합특검 사태가 아니더라도 정 대표가 합당 논의를 끝까지 끌고 가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리더십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합당 중단을 계기로 이른바 ‘명청갈등’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친명계에서 “정 대표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거칠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다. 합당 논란이 마무리되더라도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