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매수세 탄 에스티로더…"관세 충격에도 호실적" [핫픽!해외주식]

입력 2026-02-20 09:05
수정 2026-02-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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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뉴욕에서 헝가리계 유대인 이민자 출신인 '에스더 라우더'는 자신의 이름을 '에스티 로더'란 회사명으로 일부 변형해 사용했다. 성(Lauder)은 미국에서 '라우더'로 읽지만, 유럽(영국) 억양에 가까운 '로더'로 발음했다. 이름도 자신의 화장품 브랜드가 프랑스 이미지를 낼 수 있도록 일부러 액센트 기호를 넣었고 'Estee Lauder(에스티로더)'란 브랜드가 탄생했다.

이같은 에스티로더가 최근 마진 확대와 중국에서의 견조한 성장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차기 미국중앙은행(Fed) 의장 후보로 지명된 케빈 워시가 회사 상속자인 로널드 로더의 사위여서 화제를 모았다.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회사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中 매출 전년 동기대비 13% 증가"
에스티로더는 중저가 화장품보다 백화점이나 고급 매장에서 판매되는 '프레스티지'급 브랜드에 집중한다. 라메르, 크리니크, MAC, 조말론 런던, 톰포드 뷰티 등 유명 브랜드가 모두 에스티로더의 포트폴리오다. 사업부문은 크게 △스킨케어 △메이크업 △향수 △헤어케어 등 4개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에스티로더는 2026회계연도 2분기(2025년 10~12월)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42억29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6% 가량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주당 순이익(조정)도 0.89달러로 월가의 시장 예상치를 0.27달러 상회했다. 전년 동기(0.62달러)와 비교하면 43% 급증한 수치다. 향수 및 스킨케어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 7% 성장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톡톡히 발휘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분기에 중국 본토 지역 매출이 9억2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 늘어난 게 고무적이란 평가다. 스테판 드 라 파베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전반적 소비 심리는 위축돼 있지만 에스티로더의 브랜드 파워는 오히려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실적 컨센서스 전망도 밝은 편이다. 에스티로더는 2026회계연도 전체 매출이 전년대비 3~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EPS 역시 2.03~2.23달러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실적 발표 당일 뉴욕 증시에서 에스티로더의 주가는 한때 18% 급락했다. 이후 주가는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 들어 4.5% 오른 111.6달러(18일 기준)를 기록 중이지만, 당시 투자자들의 충격은 컸다. 실적 발표에서 몇 가지 '지뢰밭'이 올해 있다는 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란 평가다. 우선 회사 측이 "올해 관세로 인한 확정된 손실이 1억달러에 이르고,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라고 밝힌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만약 트럼프발 무역 전쟁이 커져 관세가 추가로 더 붙으면 이번에 상향한 실적 가이던스가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는 평가다.

최근 중국 베이징·상하이의 대표 공항 면세사업자인 '선라이즈'에서 새 사업자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생길 '매출 공백'도 투자 심리를 악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경영진은 이에 대해 '일시적 요인'으로 밝혔지만, 시장에선 중국 매출의 핵심 축인 공항 면세점이 흔들리는 게 위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회사 측은 "면세 구매용 '유니버설 앱'이 2분기(작년 10~12월)에 중단됐고 계속 닫혀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4200만 달러 EL株 보유 결국 회사의 부활은 현재 진행 중인 유통 채널의 개혁과, 관세 영향의 최소화 전략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새로 취임한 파베리 CEO는 백화점 의존도를 낮추고 아마존 프리미엄 뷰티, 틱톡 샵 등 고성장 채널로 진입을 노리고 있다.

젊은 고객 층 유입이 회사 성장에 필수적 전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면세점 및 그레이마켓의 의존을 줄이고 내수·정상 유통·온라인 등으로 전환이 성공하면, 할인·재고물랴의 왜곡이 완화돼 매출의 예측가능성이 좋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에스티로더는 이미 지난해부터 '뷰티 리이매진드(Beauty Reimagined)'로 명명된 대규모 수익성 회복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2025회계연도 2분기(2024년 10~12월)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6% 줄면서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는 5800명에서 7000명 규모의 인력 감축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월가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중국 부문 실적 개선과 경영 효율화가 '턴어라운드'로 이끌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회사가 밝힌 관세 비용과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것이다. UBS는 최근 회사 목표주가를 119달러에서 107달러로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다. UBS는 "현재 주가가 선행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 40배에 달한다는 점이 우려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에스티로더의 목표주가를 130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회사를 미국 우량주 목록(US1)에 포함시킨 상태다.


'실적 쇼크' 이후 주가가 반등하며 시장이 회사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작년 4분기 기준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보고서(기관투자자 보유주식 현황)를 통해 에스티로더 주식을 4826주에서 40만3817주까지 대폭 늘렸다고 보고했다. 보유 주식은 4228만달러 규모에 달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