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00억달러를 돌파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의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시대 투자 트렌드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도의 ‘학습’ 중심에서 데이터를 저장한 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게 중요한 ‘추론’으로 옮겨가며 메모리 수요가 급증해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고성능 D램과 낸드플래시가 AI 발전 속도를 좌우하는 ‘메모리 센트릭(중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2357억달러(약 343조원)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는 5516억달러로 전년 대비 134%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파운드리 시장은 같은 기간 1750억달러에서 2187억달러로 약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메모리 시장이 파운드리의 2.5배에 달할 것이란 얘기다.
메모리반도체 성장세에 대해 "AI 기반의 호황이 2017년보다 훨씬 강력한 수요와 가격 결정력을 보이고 있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진단이다. 과거엔 스마트폰·PC용 범용 메모리 수요가 커지면서 호황이 왔지만 현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AI 데이터센터용 고부가가치 메모리가 주도하면서 업황의 상승 곡선이 가팔라졌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빅테크(대형 클라우드업체)의 메모리 구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가격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이전 슈퍼 사이클보다 훨씬 높은 가격 인상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AI 시대를 맞아 2·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초미세 공정을 활용한 파운드리 시장도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구조적 성장세에 공급 부족까지 겹친 메모리산업에는 못 미친다. 트렌드포스는 "첨단 공정에서 매우 높은 단가를 받으며 성장해왔지만, 기술적 장벽이 높고 생산 능력 확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