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계가 정부에 ‘중소기업 전용 특허 우선심사 트랙’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쟁국보다 현저히 느린 특허 심사가 우리 기업의 기술 선점과 시장 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김용선 지식재산처장(특허청장) 초청 간담회를 열고 지식재산권(IP) 보호와 심사 체계 개선을 위한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 특허 심사 기간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2~3배가량 느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특허 심사 처리 기간은 인력 부족과 출원 증가로 인해 평균 16개월을 웃돌고 있다. 이는 일본의 신속 특허심사(6~10개월)에 비해 현저히 긴 시간이다.
김 회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심사 체계 개선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만 집중되어 있다"며 "일반 제조 및 서비스 분야의 중소기업들을 위해 별도의 '중소기업 전용 우선심사 트랙'을 마련해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지식재산권 분쟁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K-푸드, K-뷰티 등 이른바 'K-브랜드'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서 위조 상품 유통과 악의적인 상표권 선점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해외 IP 분쟁을 겪는 중소기업 중 90%가 막대한 소송 비용과 시간 부담 때문에 대응 자체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법적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식재산처 내 지식재산분쟁대응국 신설에 환영 의사를 밝힌 김 회장은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 내 위조 상품 차단과 현지 밀착형 대응 지원을 더욱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피해가 집중되는 지역에서의 행정 단속 지원 체계 강화를 주문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AI(인공지능) 전환 시대에 걸맞은 지식재산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도 논의됐다. 기술 복제 속도가 빨라지고 생성형 AI를 활용한 유사 기술 출현이 잦아지면서 중소기업의 원천 기술 보호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중소기업의 지식재산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며 "심사 인력 확충과 시스템 개선을 통해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해외 현지 IP 데스크 기능을 강화해 우리 기업의 권리 보호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