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부업 알바 사기로 1억2300만원을 잃었어요."
"피해 금액만 8000만원이 넘네요. 어떻게 받을 수 있나요."
"1120만원을 사기당했어요. 잠도 안 오고 막막하네요." [사기 피해 정보공유 커뮤니티]
서울에 사는 50대 주부 A씨(가명)는 지난달 유튜브를 보다가 '재택 손 부업' 광고를 보고 연락을 남겼다. 피규어 포장이나 스티커 부착 같은 단순 작업으로 주당 7~8만원을 벌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고물가 속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에 마음이 끌렸다.
처음에는 의심할 만한 점이 없었다. 손 부업 재료 재고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며, 그동안 유튜브 영상을 몇 초 시청한 뒤 캡처를 보내면 돈을 지급하겠다는 안내를 받았다. A씨가 안내대로 영상을 보고 캡처를 보내자 실제로 3만원이 적립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재고 부족"을 이유로 포장 작업은 계속 미뤄졌다. 대신 새로운 방식의 '팀 미션'이 시작됐다. 쇼핑몰에서 물건을 대신 구매하면 수익금을 얹어 돌려준다는 설명이었다.
금액은 점점 커졌고, 단체 채팅방에서는 다른 참여자들이 돈을 넣고 수익을 받았다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팀원들의 압박 속에 추가 입금이 이어졌다.
결과는 사기였다. 어느 날 텔레그램 방은 사라졌고, 매니저와의 연락도 끊겼다. A씨가 잃은 돈은 1000만원이 넘는다. A씨는 "집에서 소소하게 가족 생활비나 벌어볼까 싶었는데 너무 큰 돈을 날려 절망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8000만원 털렸다"…피해 호소 잇따라
이 같은 수법의 재택 부업 사기가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0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역 맘카페, 사기 피해자 모임 등에는 비슷한 수법에 당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부업 사기', '쿠팡 손 부업 사기', '유튜브 부업 사기' 등 이름만 다를 뿐 방식은 거의 동일하다는 지적이 많다. 피해자 모임에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억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잃었다는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 광고는 대개 '일당 당일 지급', '선급 가능', '재료 무료 배송', '초보자 가능' 같은 문구로 관심을 끈 뒤 메신저 상담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광고 영상에는 실제로 부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과 함께 "하루 3만 원 벌었다"는 후기까지 등장해 신뢰를 높인다.
하지만 상담을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실제 포장 작업은 재고 부족이나 물량 지연 등을 이유로 계속 미뤄지고, 대신 영상 시청이나 리뷰 작성 같은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면 돈을 지급한다며 참여를 이어가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들은 공통으로 "초기에 실제로 소액이 입금돼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영상 시청이나 간단한 미션으로 몇천원에서 몇만 원을 지급하며 신뢰를 쌓은 뒤, 텔레그램 단체방이나 별도 사이트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이후 일정 금액 이상을 수행해야 출금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며 추가 입금을 요구하는 방식이 반복된다.◇"어디서 할 수 있나요"…여전히 부업 문의 빗발
일부 사례에서는 카드 결제나 대출까지 권유받았다는 피해도 전해졌다.
기존 참여자가 이익을 얻었다는 캡처를 보여주거나 단체 채팅방에서 추가 입금을 독려하는 등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다른 사람들도 계속 돈을 넣는 것처럼 보여 중간에 빠져나오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주부나 고령층의 경우 이러한 수법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단순 작업을 찾는 수요가 많은 데다, 광고 역시 실제 부업과 유사한 형태로 제작돼 의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맘카페에는 지금도 부업의 진위를 묻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쿠팡 손 부업을 인스타그램에서 거의 매일 보는 것 같은데 혹시 해보신 분 있나요? 요즘 사기행위가 많아서 믿을 수가 없네요. 무릎이 안 좋아 밖에서 하는 일은 힘들 것 같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는데 진짜 있는 건가요?"라고 적었다.
부업을 찾는 사람들의 절박한 상황을 노린 광고가 계속 노출되면서 사기 수법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는 알고리즘을 통해 노출되는 광고에는 "이거 사기인가요?", "해보신 분 있나요?"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고, 실제 신청 방법을 묻는 댓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전문가 "'적은 노력으로 큰돈'은 위험 신호"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형을 전형적인 '신뢰 형성형 사기'로 보고 있다. 초기에는 소액을 실제로 지급해 피해자가 안심하도록 만든 뒤 점차 큰 금액을 요구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수사와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품권이나 포인트 형태로 돈을 주고받거나 해외에 서버나 운영자를 둔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책임 주체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계좌가 여러 개로 나뉘어 사용되거나 메신저 대화가 갑자기 삭제되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재택 부업은 출금을 조건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거나 팀 미션 형식으로 물건 구매를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소액이라도 선입금을 요구하면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 공식 사업자 정보가 확인되지 않거나 메신저로만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돈을 번다는 것은 일정한 노동이 투입되고 그에 따른 대가가 지급되는 구조인데, 적은 노력으로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하는 광고는 대부분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주부나 대학생처럼 부업을 가볍게 접근하기 쉬운 계층은 릴스나 쇼츠 같은 짧은 영상 광고를 보고 쉽게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 통장이나 계좌를 요구하거나 보증금·선입금을 요구하는 구조는 일반적인 회사의 고용 방식과 거리가 먼 만큼, 이런 요구가 있다면 일단 의심하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