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목적으로 가동되는 정부의 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결과를 내놓는 데 오랜 시간을 끄는 늑장 조치가 빈발하면서 사회·경제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조위는 관련 법률에 따라 구성된다. 분야별로 항공·철도 사고만 전담조사와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 정보수집 및 분석, 소방청의 위험물 사고조사, 시설물의 붕괴 및 대형 인명피해 조사, 건설 및 지하안전 사고조사를 위해 운영된다.
문제는 사조위 조사결과가 늦어지면서 사고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및 해당 기업이 녹초가 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보고서 발표로 사회갈등을 낳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179명)를 낸 2024년 12월 29일 발생한 무안공항 여객기 충돌 사고의 조사활동이다.
사고조사를 맡은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조위의 ‘셀프조사’ 논란으로 사고 발생 1년이 지났는데도 조사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고 조사는 통상 오래 걸리지만 1년이 지나도록 중간조사 결과도 내지 못하는 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항공철도사조위가 지난 10년간 공표한 총 90건의 사고조사 가운데 1년 기한을 지키지 않은 사례는 70건(78%)으로 3분의2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발표에 대부분 1년을 넘겼다는 의미다.
항공철도사조위가 국토교통부 산하 조직에서 국무총리실 소속 독립 조사기구로 전환하는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사조위 활동의 난맥상을 방증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국토안전관리원에 위탁, 수행하는 건설 사조위는 토목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조사에 늑장발표로 관련 업계의 속을 태우고 있다.
최근에는 광명 신안산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 기간이 오는 4월 말까지 106일 연장하면서 조사기간만 총 378일로 1년을 넘기게 됐다. 붕괴사고는 지난해 4월 11일 발생했으며 사조위는 엿새 뒤인 지난해 4월 17일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사조위는 지난해 6월 16일 3개월 연장조사 결정에 이어 지난해 9월에는 4개월 연장조사를 발표, 조사 종료 시점은 당초 지난달 14일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포함된 공사현장을 포함한 토목공사 사고조사는 유독 장기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2년 3월 발생한 서울 종로구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공사 현장에서 사망사고, 그 해 2월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세종∼포천 고속도로 현장에서 추락사 등 토목공사 조사결과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토목공사 사고조사는 장기화되는 반면 아파트 건설사고 발표는 대개 2개월 만에 종료돼 대조를 보이고 있다.
건설 사조위는 2023년 4월 29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에서 발생한 지하 주차장 슬래브 붕괴사고와 관련해 사고원인 조사 결과를 그해 7월 5일 발표했다. 조사 두 달 만에 결과를 낸 셈이다.
앞서 2022년 지난 1월 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붕괴사고의 사조위 원인 조사도 약 2달 만에 마치고 그해 3월 제도이행 강화와 감리 제도 개선 등을 담은 재발방지 방안을 발표했다.
건설기술진흥법에 근거해 구성되는 건설 사조위도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조사 기구이다. 사고조사의 궁극적 목적은 사고·준사고 방지이며, 비난·책임 추궁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게 사조위 운영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토목공사 사고조사가 장기화되면 피해는 SOC 수혜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고조사로 공사현장이 스톱되면 그만큼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추궁을 피할 수 없는데 사고조사 발표마저 늦어지면 업무 자체가 마비된다”며 “건설업의 연관산업 특성상 협력회사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