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는 10일 미국 빅테크발 훈풍에 힘입어 상승 출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금 마련에 나서면서 반도체 실수요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4.10% 급등한 5298.04에 장을 마쳤다. 3거래일 만의 상승세다. 지수는 5299.10으로 출발해 한때 5322.35까지 오르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485억원, 2조7121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 올렸다. 반면 개인은 3조2978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날 개인 순매도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04% 오른 50,135.87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0.47% 상승한 6,964.82, 나스닥종합지수는 0.90% 뛴 23,238.67에 장을 마쳤다. 지난주 증시를 밀어 올렸던 전통 산업주가 쉬어가는 와중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저가 매수세로 지수를 지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라클의 주가가 9.6% 급등한 점도 눈에 띈다. 지난주 오라클은 작년 9월 고점 대비 60%나 폭락한 수준까지 밀린 바 있다. 막대한 부채로 AI 인프라를 짓는 사업 방식에 투자자들은 고개를 돌렸으나 낙폭 과대라는 인식이 저가 매수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AI 인프라 투자 등에 최대 1850억 달러(약 270조원)를 쓰겠다고 밝힌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스페이스X의 자회사가 된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는 사모 대출을 통해 엔비디아 칩 구매 비용 34억 달러(5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이날 미국증시에서 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42% 올랐다.
이러한 흐름에 코스피지수도 상승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세운 역대 최고가 기록(5371.10)을 경신할지도 주목된다.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1.07% 상승했고, 신흥국 지수 ETF도 0.73% 올랐다.
서상영 WM혁신본부 상무는 "간밤 미국 증시에서 AI 관련 종목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면서 "AI 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와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AI 거품 논란 속에서도 반도체 실수요는 계속해서 늘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규모 AI 투자가 집행되면 반도체 수요로 이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공급망의 실적 가시성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