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지난 8일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자 한국과 동아시아 외교·안보 환경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군사력 증강에 속도를 내면 중국과의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대일·대중 관계를 더욱 정교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외교가에 따르면 선거 승리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한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요구에 맞춰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중을 3.5%까지 확대하고 살상 무기 수출 제한 해제, 3대 안보 문서 개정, 국가정보국 창설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을 겨냥한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동북아 안보 환경의 불안정을 키울 수 있다”며 “미·중·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불똥이 튀지 않도록 외교 균형을 유지하며 대일·대중 관계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에 군사·외교 협력 강화를 제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확대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니어재단 부이사장은 “중국과 북한의 핵무기 증강, 미국의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로의 전력 중심 이동 등을 보면 일본 군비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지정학적 변화는 한국에도 동일한 위협인 만큼 일본이 한국에 협력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일 군사·외교 협력 확대는 북한 문제 대응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미·북 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역할을 분담해 공조한다면 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일 군사 협력 강화가 중국을 자극해 역내 긴장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작지 않다.
중장기적으로는 독도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일본의 태도 변화 여부를 두고 전망이 엇갈렸다. 최 연구위원은 “다카이치 내각은 다음 선거까지 불과 2년을 확보했다”며 “경제와 외교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같은 이념적 사안에 매달릴 여유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선거 승리로 지지 기반에 일정한 안전판이 마련돼 한국과의 관계를 이전만큼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케시마의 날 행사, 다음달 교과서 개정, 신사 참배 문제 등으로 올해 안에 한·일 갈등을 자극하는 사안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