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에도 끝나지 않은 석유의 지배력

입력 2026-03-03 06:00
[한경ESG] 이달의 책




석유 제국의 미래
전기차·탄소중립 시대에도 끝나지 않은 석유의 지배력
최지웅 지음 │ 위즈덤하우스 │2만2000원

세계적인 전쟁, 동맹, 경제 위기의 이면에는 언제나 석유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적용돼왔다. 오늘날의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논의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문제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기에 더 나은 대안으로 꼽히는 재생에너지의 현실적인 제약이 여전히 지적되는 상황에서 석유는 세계 경제와 정치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아직 석유다. 저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액은 1397억 달러(약 200조 원)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에게 에너지 문제는 경제적인 셈법과 안보적인 이익이 촘촘히 엮여 있다. 한국석유공사 정보분석팀에서 근무하는 저자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뒤흔든 45개의 장면을 조명했다. 이념과 안보의 충돌처럼 보이는 사건들 이면에는 자원과 공급망을 둘러싼 각국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마지막 챕터인 6부의 제목을 ‘석유의 시대를 끝내는 법’으로 달고 트럼프의 ‘드릴, 베이비 드릴’부터 파리기후협정 이후 10년의 교훈을 짚었다. 여전히 석유의 셈법이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앞으로 중요한 건 미래를 결정할 에너지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저자는 에너지 전략으로 다가올 세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지도 전쟁
김인현 지음 │리코멘드 │2만5000원

인공지능(AI) 시대에 고정밀 공간 데이터는 누구의 손에 있어야 하는가를 짚은 책이다.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그중에서도 지도는 가장 느리게 만들어지고, 가장 오래 쓰이며, 되돌릴 수 없는 데이터다. 국가 핵심 공간정보 인프라 구축에 참여해 온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지도로 학습한 AI의 판단과 권한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묻는다. 탄소 배출과 감축 역시 공간 위에 올려두어야 보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도 위에서 탄소를 이해할 때 추상적인 목표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뀐다. 따라서 3D 탄소와 지도 데이터로 도시 안보와 미래를 직접 설계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디지털 국토와 탄소 측정·보고·검증(MRV)의 결합은 기회이자 새로운 길로 가는 시험대다.



K-조선 대전환
권효재 지음 │동아시아│1만8000원

이 책은 한국 조선업이 어떻게 세계 시장을 장악했는지, 그리고 그 위상이 새로운 외교·안보 지형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짚는다. 조선은 바다를 매개로 국가 간 힘의 균형을 결정하는 구조적 자산이다.
조선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한국의 미래 경쟁력, 나아가 동북아 전략 전쟁에서의 위치를 논할 수 없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성공의 관건으로 저자는 인력 이동과 공급망 구축을 꼽고, 마스가의 지속성과 실행 전략을 꼼꼼히 따져볼 것을 권한다. 조선산업에 오래 몸담아 온 권효재 COR 지식그룹 대표는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으로도 적을 두고 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