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회복 끝났다…올해는 '옥석 가리기' 전쟁"

입력 2026-02-12 14:36
수정 2026-02-13 10:02
이 기사는 02월 12일 14: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5년이 '회복의 해'였다면, 2026년은 '구조 재편의 해'입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CBRE코리아의 최수혜 리서치 총괄 상무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이렇게 정의했다. 거래 규모와 공실률 등 외형 지표는 이미 정상화 궤도에 올라섰지만, 이제부터는 자산별·입지별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질적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국내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약 34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피스 공실률은 3%대에 머물렀고, 물류센터 역시 공급 감소 효과로 공실이 빠르게 해소됐다. 최 상무는 "금리 인하로 차입 부담이 줄고 역마진이 해소되면서 투자 여건이 확실히 개선됐다"며 "지난해는 전반적 회복이 가시화된 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결이 다르다. 기저 효과로 거래 규모 자체는 소폭 둔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투자 대상의 옥석 가리기는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는 "과거 2년이 금리라는 거시 변수의 수혜를 받는 구간이었다면, 이제는 자산의 펀더멘털을 얼마나 정밀하게 보느냐가 성패를 가른다"며 "임대료 성장력, 향후 공급 리스크, 자산의 지속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 재편의 출발점은 오피스 시장이다.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향후 몇 년간 5% 미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2029년 이후 도심과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공급이 예고돼 있다. 최 상무는 "공급이 늘어난다고 곧바로 임차인 우위 시장으로 급격히 전환된다고 보긴 어렵다"며 "공실률 5%는 과거 자연 공실률(10% 안팎)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판도를 흔들 '핵심 변수'는 임대료다. 지난 4년간 임대료 누적 증가율이 작년 말 기준 50% 이상 오르면서 기업의 이전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 신규 프라임 자산은 공사비 상승까지 겹쳐 임대료 눈높이가 더 높다. 그는 "임차인 입장에선 '왜 이 건물로 옮겨야 하는가'를 훨씬 엄격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며 "입지뿐 아니라 업무환경, 편의시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테일 구성 등 자산이 제공하는 총체적 가치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프라임 오피스 쏠림 현상이 이어지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대기업과 정보기술(IT)·성장 산업군을 중심으로 인재 확보와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는 수요가 견고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대기업과 금융사에선 부진 계열사를 외곽으로 이전하는 ‘탈권역’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 상무는 “겉으로는 공실이 낮아도, 자산 간 경쟁력 차이는 점점 선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양극화는 물류시장에서도 뚜렷하다. 지난해 물류센터 공급은 급감했고, 올해 공급 물량은 최근 10년 중 최저 수준이다. 상온 프라임 자산 공실은 한 자릿수 중반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저온 비중이 높은 자산은 여전히 공실 부담이 크다. 최 상무는 "이커머스와 3자 물류(3PL) 성장세는 유효하지만, 이제는 자산 스펙과 입지에 따라 성패가 극명히 갈린다"며 "전력 확보, 자동화 대응력, 인력 수급 여건 등 종합 경쟁력이 선별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와 호텔은 이런 구조 재편 속에서 부상하는 대안 섹터다. 수도권 전력 인허가 규제로 공급이 제한된 가운데 인공지능(AI) 수요가 확대되면서 데이터센터는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 상무는 "공급이 무제한으로 늘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요가 뒷받침되는 자산은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호텔 역시 외국인 관광객 회복과 K-콘텐츠 확산을 배경으로 위탁운영 모델이 확산되며 수익 구조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투자자의 시각도 달라졌다. CBRE의 '2026 아시아태평양 투자자 의향 설문'에 따르면 서울은 시드니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5계단 상승한 순위다. 최 상무는 "중국과 홍콩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일본·한국 중심의 안정적 임대 수요가 부각됐다"며 "특히 물류를 중심으로 해외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상무는 "2026년은 자산 간 격차가 더 선명해지는 해"라며 "입지, 스펙, 운영 전략, ESG 대응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별적 투자가 성과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에 샀느냐'보다 '무엇을 샀느냐'가 더 중요졌다"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