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지난주 뉴욕 증시 조정을 틈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17억달러어치 이상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과 은, 백금 등 귀금속의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도 대규모로 순매수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 중 20개가 레버리지 ETF와 상장지수증권으로 나타났다. 20개 종목의 합산 순매수 금액은 17억579만달러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일일 움직임을 3배로 추적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이 순매수액에 8억7222만달러로 같은 기간 전체 해외주식 중 가장 많은 순매수액을 기록했다. 나스닥 100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1억538만달러)와 은 선물을 2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실버'(8424만달러)가 뒤따랐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전부터 고수익을 쫒아 레버리지 상품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난주의 매수세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주 상위 50개 종목 중 20개가 레버리지 상품이었던 것과 달리, 연초부터 2월 6일까지를 기준으로 한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에는 11개의 레버리지 상품이 포진해 있다.
이는 지난주 뉴욕 증시와 자산시장의 조정을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저가매수 기회'로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인공지능(AI) 투자 관련 불확실성과 케빈 워시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보자의 지명 여파로 나스닥지수가 2.38% 하락하는 등 조정을 받았다.
이 기간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반도체와 빅테크 등 미국 증시의 기술주들을 대거 담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 종목 기준 순매수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3억2504만달러), 2위는 샌디스크(3억2240만달러)였고, 샌디스크 알파벳, 마이크론, 테슬라 등이 뒤이었다. 다만 가장 낙폭이 컸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상위 50개 종목에 포진하지 않았다.
귀금속에 대한 집중적인 매수세도 이목을 끌었다.'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 '마이크로섹터즈 골드마이너즈 3X' 등 금과 은, 백금 관련 ETF·ETN 8개가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 안에 들었다. 황병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수요와 달러 가치 하락에 대응하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주요 귀금속 가격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며 “가격을 끌어올려 온 구조적 동력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