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AI)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현재의 특징은 투자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2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줌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
피어스는 미국의 감세 법안의 효과와 지난해 정점에 달했던 관세 등 불확실성이 완화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본 집약적인 설비투자 섹터가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를 신임 Fed 의장으로 지명했습니다. 통화정책이 어떻게 전개될까요.
“저는 그가 제롬 파월 현 Fed 의장과는 상당히 다른 접근 방식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Fed 이사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상당히 두드러진 매파였고,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대해 크게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미국 경제가 공급 측 확장 국면에 있으며, 더 강한 경제 성장이 반드시 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보다 선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통화정책 접근은 단기적으로 더 완화적인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통화정책은 Fed 의장 혼자 결정할 수 없고 투표로 결정하지 않습니까.
“다른 투표권을 가진 FOMC 위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현재 FOMC 내부는 상당히 분열돼 있습니다. 금리는 중립 수준에 가까이 와 있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목표치를 약간 상회하지만 점차 목표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은 한동안 약세였으나 최근에는 안정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책을 한 방향으로 즉각적으로 움직여야 할 명확한 이유가 부족합니다. 워시 전 이사가 통화정책의 방향을 의미 있게 바꾸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워시 전 이사가 Fed 의장으로 지명된 뒤 금과 은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저는 그 움직임에서 큰 신호를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와 작년 말에 귀금속 가격은 이미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고, 포지션도 상당히 극단적인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워시 전 이사가 Fed 의장으로 지명됐다는 소식이 기존 움직임을 되돌리는 계기가 됐을 수는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향후 Fed 정책과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채권시장에서 훨씬 더 직접적인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지표들은 귀금속 가격만큼 크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귀금속 가격 변동은 해당 시장 특유의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단기 국채 금리는 하락하고 장기 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어느 정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Fed는 추가로 몇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6월과 9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총 0.5%포인트 인하를 예상합니다. 이에 따라 단기 국채 금리는 추가로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기 금리는요.
“반면 장기 국채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을 정당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과거보다 커진 시대에 진입했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합니다.
각국 정부가 과거처럼 경제 효율성만을 최우선시하기보다는 국가 안보 등 다른 정책 목표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장기적인 공급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향후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장기 국채 금리를 높이는 배경입니다.”
▶다른 국가들의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까요.
“해외 국채 수요 변화가 미국 국채 금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달러는 여전히 가장 선호되는 기축통화입니다. 금으로의 일부 이동이 있기는 했지만, 금 시장의 변동성은 왜 금이 중앙은행 준비자산으로 적합하지 않은지를 오히려 보여줍니다. 트럼프 대통령 2기 동안 달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적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작습니다.”
▶최근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채용도 해고도 거의 없는, 매우 독특한 균형 상태에 있습니다. 최근 몇 달간 해고 발표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해고 규모를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기업들이 감원 계획을 발표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실행하지 않거나, 다른 부문에서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여전히 낮고, 최근에는 소폭 감소하는 추세도 보입니다.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의 핵심은 해고가 아니라 채용 부진입이다. 팬데믹을 제외하면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채용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인가요.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소극적인 경기적 요인도 있지만, 구조적인 요인도 존재합니다. 팬데믹 이후 과도한 채용으로 인해 현재 인력이 과잉 상태인 기업들도 많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AI입니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와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기존 인력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고, 같은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필요한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생산성 성장률은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고용은 크게 늘지 않는 구조입니다.”
▶AI가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인가요.
“반드시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민 정책 변화와 고령화로 인해 노동 공급 자체가 크게 둔화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월 2만 명 정도의 신규 고용만으로도 노동시장 안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월 20만 명의 고용이 필요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입니다.”
▶AI 투자에 대해 거품 논쟁이 있습니다. 현재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가장 큰 리스크는 AI가 향후 얼마나 유용한 기술로 자리 잡을지에 대한 기대가 과도할 가능성입니다. 만약 AI 기술 발전 속도가 둔화하거나, 추가적인 성능 개선에서 체감 효과가 줄어든다면, 현재의 투자 가정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도입 속도는 어떤가요.
“또 하나 중요한 신호는 기업들의 실제 도입 상황입니다. 현재는 전반적으로 AI 도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만약 이러한 흐름이 멈추거나 후퇴하거나, 일부 산업에만 국한된다면 AI의 경제적 파급력은 크게 제한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그러한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AI 투자에 대한 제약은 수요보다는 공급 측에 있습니다. 첨단 반도체 확보, 인프라 구축, 전력 연결 등 물리적인 제약이 투자 속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K자형 경제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올해 소비자 전반에 긍정적인 요인은 일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특히 저소득층에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에게 문제는 현재의 물가 상승률이 아니라 과거 인플레이션이 남긴 누적 부담입니다.
이 부담은 여전히 소비 심리와 구매력을 압박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올해 1500억 달러의 세금 환급이 저소득층 소비를 부추길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있습니다.
“재정정책을 보면, 오히려 소비자 간 격차를 줄이기보다는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세금 환급은 전 소득 계층에 적용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고소득층이 훨씬 더 큰 혜택을 받습니다. 주·지방세 공제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초과근무 소득에 대한 세액공제 역시 상위 소득 계층이 더 큰 수혜를 받습니다. 반면 세출 삭감은 올해 후반부터 본격화되며, 이는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올해의 세금·지출 정책은 K자형 구조를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뚜렷하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올해 미국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요.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은 미국 전체 관세율 기준으로 보면 영향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관세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명목 관세율보다 어떤 품목에 적용되는가입니다.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은 크게 줄어듭니다.
저희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실효 관세율을 몇 bp 정도 높이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전반적인 관세 정책의 방향을 보면, 인상과 인하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으며, 리스크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다고 봅니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섹터가 있을까요
“현재의 경제 환경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투자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감세 법안의 효과와 지난해 정점에 달했던 불확실성이 완화된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이며, 저희가 보고 있는 핵심적인 흐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 전략팀은 주식시장 랠리가 특정 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기술주는 이미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지만, 보다 우호적인 거시경제 환경은 전반적인 위험자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따라서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나타났던 랠리는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단순한 소비 성장의 수혜를 받는 업종을 넘어, 투자 확대의 흐름 속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산업, 다시 말해 설비와 구조물 투자 등 자본 집약적인 설비투자(CAPEX) 중심의 산업들이 그 대상이 될 것으로 봅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