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고령 정치인의 임기와 직무 수행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대통령과 의회, 사법부에 상한 연령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민주당 인사 람 이매뉴얼(66)이 최근 대통령과 내각 각료, 연방 상·하원 의원, 연방판사가 75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은퇴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카고 시장 출신인 이매뉴얼은 2028년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젊은 피' 필요성이 거론돼 왔다. 2024년 대선 때 민주당은 당시 81세였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고령 우려에도 출마를 강행했다가 TV토론에서 노쇠한 모습을 온 국민에 적나라하게 드러내 패색이 짙어지자 중도에 하차했고,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이 후보로 교체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대선 당시 78세였던 트럼프 대통령도 공화당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로부터 나이 문제로 공격 받았고, 헤일리는 75세가 넘는 정치인에 대해 정신 능력 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WSJ는 올해 80세가 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 비해 공식 일정 횟수가 줄고, 공개행사에서 조는 듯한 모습을 보여 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일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연방의회 평균 연령은 상승세다. 하원 평균 연령이 1987년 50.7세에서 2025년 57.9세로 높아졌고, 상원도 같은 기간 54.4세에서 63.9세로 늘었다. 대표적인 고령 정치인으로는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공화·아이오와)이 92세,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이 87세다. 2025년에만 고령 의원 3명이 재직 중 별세했다.
하원에서 28년을 지낸 케이 그레인저 하원의원(공화·텍사스)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24년의 여러 달을 텍사스의 노인시설에서 보내기도 했다.
다이언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인지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이다 2023년 90세로 별세했다.
여론도 상한 연령 도입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조사기관 유거브가 지난달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미국 성인의 73%는 대통령직에 상한 연령을 둘 필요가 있다고 답했으며, 69%는 상·하원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사법부도 고령화 추세다. 한 정부 기관 조사에 따르면 연방대법원 대법관 9명 중 거의 절반인 4명이 70대이며, 연방판사의 평균 연령은 2024년에 67.7세였다.
반면 민간 기업은 이사회 구성 쇄신을 위해 이사의 연령을 최대 72세나 75세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WSJ은 보도했다. 미국 1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은 61세다.
그러나 정치권의 경우 자리에 오래 있을수록 영향력이 쌓이기 때문에 정치인 본인은 물론이며 그 영향력의 혜택을 입고 싶어 하는 유권자들도 현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연방정부와 의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깨닫고 업무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현직 경험이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