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싼 브랜드 코트를 한 장도 못 가져왔다니까요."
국내 여성복 브랜드 옷을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던 만선의 성현상 회장은 1987년 회사를 창업했다. 서울 구로동에서 옷을 만들다가 2006년 만선개성 법인을 세우고 공장을 지었다. 투자금은 44억원. 당시 일부 설비를 가져가기도 했지만 새 기계를 개성에 들여놨다. 국내에선 100명, 개성에선 1500명이 근무했다.
성 회장은 "당시 매출은 OEM(주문자상표부착)이었기 때문에 연간 약 150억원가량이었는데 완제품 매출로 계산하면 약 500억원에 달했다"며 "당시 개성에 같이 진출했던 신원을 빼고는 국내 기업들의 대부분 여성복 옷을 다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형지그룹, 세정, LG패션(현 LF) 등의 코트, 점퍼, 자켓, 블라우스, 원피스, 바지 등을 제조했다. 엘리트 학생복도 만들었다.
만선이 2016년까지 개성에 투자한 총 금액은 약 135억원. 성 회장은 "정부가 가동중단 피해금액을 산정할 때 기계를 10년, 건물을 20년 감가상각해서 실제 인정해준 건 91억원이었다"며 "무엇보다 우리처럼 계절 상품을 만드는 업체가 딱 봄 신상품을 다 완성했을 때 못 가져온 것이 아주 치명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성 회장은 2월 11일 오전 5톤 트럭에 직원 한 명을 태워 개성에 보냈다. 봄 코트, 학생복 등 손에 잡히는 대로 5만장의 완성품을 트럭 가득 싣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완성품 30만장 중 5만장밖에 못 실었지만 오후 4시30분께 남한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북측에서 "개인 물품만 가져갈 수 있다"며 막아서는 바람에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5만장을 쏟아놓고 돌아서야 했다.
성 회장은 "한 장이라도 더, 더 하면서 개성법인장이 마지막까지 싣느라고 오래 걸렸다고 울먹였다"며 "처음엔 옷 건져오길 바라다가 저녁까지 안 내려오니까 사람만이라도 무사히 와달라고 빌게 됐다"고 했다.
그 피해는 약 70억원에 달했다. 당장 2월 말부터 매장에 걸어야 할 봄 옷을 거래처들이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성 회장은 "옷 한 벌에 들어가는 원부자재가 많은 건 50개에 달하는데 그걸 2월 11일부터 다시 생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그 일로 거래처한테 소송도 당하고 참 많은 일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한에 돌아와 매일 국회 앞에서 시위를 했다. 그는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보험에 22억5000만원이라는 한계를 뒀는데 우린 60억원이 넘는 원자재 피해를 입었다"며 "40억원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끝내 사업을 포기하고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나는 사업도 못 하게 됐고 소송까지 당했는데 거래처에는 심정적으로 미안한 상황이 된 것"이라며 "지금도 40억원가량의 빚이 그대로 있다"고 했다.
현재 만선은 경기도 일산에 작은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직원 5명이 근무한다. 제대로 일거리가 들어오진 않는데도 월 3000만원, 연간 4억원의 운영비용이 든다. 성 회장은 "문재인 정부 때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겠다고 한 말에 핵심 인력을 내보낼 수 없어서 5명의 직원을 그대로 두고 월급을 주는 것"이라며 "언제고 다시 개성공단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