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연계 기업 취업을 보장하는 대학 계약학과 지원에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수도권의 대기업 계약학과는 갈수록 인기가 치솟는 것과 달리 일부 지방대 계약학과는 지원자가 없어 학생을 충원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지원은 물론 취업까지 보장하는 계약학과라도 연계 기업의 규모와 근무 여건에 따라 수험생 선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등록금 전액 지원에도 ‘외면’8일 한국경제신문이 종로학원에 의뢰해 2026학년도 전국 대학 정시모집 지원자 수를 분석한 결과, 지역 기업과 연계한 계약학과인 충남 청운대 호텔외식경영학과 바이오융합식품산업학과와 충남 백석대 스마트융합공학과는 지원자가 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모집 정원은 각각 14명, 16명, 25명이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7개 대기업과 연계한 계약학과에 2478명이 몰려 작년(1787명)보다 38.7%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계약학과는 기업과 대학이 교육과정을 함께 마련하고, 졸업 후 해당 기업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산학 협력 학과다. 학교는 기업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등록금 지원 등 각종 특전을 재학생에게 제공한다. 청운대 계약학과는 1학년은 등록금을 전액을, 2~3학년은 등록금의 75% 이상을 지원한다. 백석대 스마트융합공학과도 1학년 본인부담금은 ‘0원’이다. 2~3학년 역시 납부한 등록금의 50%를 환급받는다.
비수도권 대학들은 이 같은 지원자 공백 사태가 수험생이 단순히 지방을 기피해서가 아니라 근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을 선호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서울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경쟁률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2022학년도 서울권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6.12 대 1에서 올해 6.01 대 1로 소폭 낮아졌다. 지방권 대학은 같은 기간 3.35 대 1에서 5.61 대 1로 크게 상승했다. ◇임금 격차가 키운 대기업 ‘쏠림’구직자의 대기업 선호와 중소기업 기피 경향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구직자 1204명을 대상으로 ‘가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목표 기업으로 대기업을 꼽았다. 이어 공공기관(12%), 중견기업(12%), 외국계 기업(6%) 순이었다. 중소기업을 선택한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구직자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낮은 급여 수준이 지목된다. 같은 조사에서 기업 선택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조건으로는 ‘높은 연봉’(53%)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12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미만 사업체의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은 356만9000원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578만9000원)의 61.7% 수준에 그쳤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교육과 취업 연계를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려면 등록금 지원 같은 유인책만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정부가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의 일환으로 대학과 지역 산업체의 협약 연계를 내세우지만 취업 연계만으로는 청년을 지방으로 끌어모으기 어렵다”며 “해당 기업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소득과 삶을 보장할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학생을 유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