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이직 제한 완화, 인권 문제로만 접근할 일 아니다

입력 2026-02-08 17:26
수정 2026-02-09 00:19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이직 제한 완화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기술이나 학위가 필요 없는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처음 취업한 사업장에서 3년간 계속 근무해야 한다. 사업장의 휴·폐업, 임금 체불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직이 가능하다. 이런 사업장 변경 제한 기간을 2년 또는 1년으로 대폭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무 근무 기간 종료 후 자유로운 타지역 이동(수도권 제외)도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과 직업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라지만 지방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올 얘기다.

극심한 내국인 구인난을 겪는 지방 중소 업체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하루도 돌아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영세 제조업 현장에서는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주 간 갈등이 적지 않다. 임금과 주거 여건이 더 나은 곳으로 옮기려고 출근 첫날부터 작업을 거부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이직 문턱까지 낮아진다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술을 가르친 영세 업체들은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아예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노사, 관계부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외국인력 통합지원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고용허가제 등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TF에선 외국인 근로자의 의무 근무 기간을 아예 폐지하고 수도권 이동도 허용하자는 요구까지 나왔다고 한다. 물론 지난해 한 벽돌 공장에서 발생한 ‘지게차 괴롭힘 사건’ 같은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직 제한 완화만이 그 해법일 수는 없다. 일본, 대만은 물론 미국, 유럽 또한 외국인 근로자의 무분별한 이직을 막는 장치를 두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외국인의 인권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방 중소기업의 생존권 호소에도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