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만 까딱하면 20억'…이젠 침대서 '인생 역전' 노린다

입력 2026-02-08 12:00
수정 2026-02-08 14:15


오는 9일부터 휴대폰을 통한 로또 구매가 허용되면서 복권 판매점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모바일 구매 확산으로 오프라인 판매점을 찾는 발길이 줄어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걱정이다. 반면 “시대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평가와 함께 복권 판매점 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8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9일 낮 12시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로또를 구매할 수 있다. 그동안 로또는 복권 판매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인터넷 PC를 통해서만 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바일 동행복권 홈페이지에 가입해 예치금을 충전하면 스마트폰으로도 살 수 있다. 구매 가능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다.

다만 무제한 구매는 불가능하다. 시범 운영 기간인 올해 상반기에는 평일(월~금요일)에만 회차마다 인당 5000원(인터넷 PC 구매 포함)까지 구매할 수 있다.

모바일을 포함한 전체 온라인 판매 금액은 전년도 로또 판매액의 5%로 제한된다. 온라인 판매 비중이 이 비율에 도달하면 판매는 중단된다. 현재 연간 온라인 판매 규모는 약 1700억원으로, 최대 1400억원가량의 추가 판매 여력이 있다.

모바일 로또 구매가 허용된 것은 로또복권 도입 이후 24년 만이다. 정부는 2018년 인터넷 PC를 통한 복권 구매를 허용하면서도 사행성 우려 등을 이유로 스마트폰 구매는 제한해왔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8년 만에 관련 규제가 완화됐다.

일선 복권 판매점주들의 표정은 어둡다. 서울의 한 복권 판매점주는 “퇴근 후 술 한잔한 뒤 ‘재미 삼아’ 복권을 사러 오는 손님이 적지 않다”며 “모바일 구매가 보편화하면 굳이 매장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판매점 특성상 모바일 구매 전환이 생존권 위협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동안 로또 구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던 현금 결제 제한이 모바일 구매에선 없는 점도 수요 이동을 부추길 요인으로 지목된다. 오프라인 판매점에서 로또를 사려면 현금을 준비해야 했지만, 모바일에선 예치금 충전만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서다. 지금도 PC를 통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지만, 스마트폰과 PC의 접근성 차이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로또복권이 처음 도입된 2000년대 초에는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필수재인데 현장 구매나 PC 구매만 고집하는 것은 낡은 규제라는 지적이다.

로또 판매액이 꾸준히 늘고 있어 복권 판매점의 매출 감소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로또복권 판매액은 2004년 3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3000억원으로 약 20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로또 구매의 약 40%가 추첨이 이뤄지는 토요일(추첨일)에 집중되는데, 시범 운영 기간에는 토요일 모바일 구매가 허용되지 않는 만큼 단기적인 매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복권 판매점 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매주 로또를 산다는 한 대학생은 “당첨자가 많이 나온 ‘명당’이 근처에 있다면 직접 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모바일로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범운영 기간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제도 정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예산처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상생 방안을 마련해 올 하반기부터 모바일 로또 판매를 본격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