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인 '제프리 엡스타인 스캔들'에 연루된 영국의 앤드류 전 왕자(Andrew Mountbatten-Windsor)가 윈저 영지의 거처를 떠나며 왕실의 중심부에서 한발 물러나게 됐다. 찰스 3세 국왕 역시 동생 문제로 인해 공식 석상에서 난처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ABC뉴스는 6일(현지시간) 왕실 컨설턴트이자 앨리스터 브루스(Alastair Bruce) 국왕 의전관을 인용해 앤드류 전 왕자의 근황과 왕실 내 분위기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앤드류 전 왕자는 최근 윈저 영지의 화려한 자택에서 개인 소지품을 정리하고 잉글랜드 동부 해안으로 거처를 옮겼다. 브루스 의전관은 "그는 이제 윈저의 화려함에서 벗어나 잉글랜드 동부 해안으로 가게 됐다"며 "그곳에서 그는 직함도, 명예도, 영광도 없는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앤드류 전 왕자가 왕실에서 사실상 축출된 배경에는 최근 미국 법무부가 추가로 공개한 300만 페이지 분량의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해당 문건을 통해 앤드루 전 왕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포착된 사진은 물론, 바닥에 누운 여성의 옆구리에 한 남성이 손을 올리고 있는 사진까지 드러났다.
특히 해당 문건에서는 앤드류 전 왕자가 아동 매춘 알선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엡스타인을 영국 버킹엄궁에 초청한 정황도 발견됐다.
앤드류 전 왕자의 스캔들은 국왕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브루스 의전관은 "찰스 3세가 대중과 만나는 공무 수행 중 동생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며 "이는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국가 원수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국왕과 왕실 구성원들이, 앤드류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왕실 내부적으로 상당히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음을 전했다.
앤드류 전 왕자가 향후 조사에 협조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브루스 의전관은 "그가 의회에 직접 출석하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로, 법률 자문을 구할 것"이라면서도 "영국 내 많은 사람은 그가 진실 규명을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 경찰의 수사 가능성에 대해 그는 "앤드류는 더 이상 왕실의 '복무하는 구성원'이 아니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법 위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이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혐의를 적용한다면, 그는 일반인과 똑같이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