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업계에서 그동안 이론으로만 가능하다고 언급됐던 '바다 위 떠다니는 원전'이 현실이 되고 있다. 덴마크의 차세대 원자로 기업 솔트포스의 얘기다. 시보그에서 사명을 솔트포스로 바꾼 이후 이 회사는 한국과 손을 잡고 2030년대 중반 상업화를 목표로 차세대 해상 원전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소형 원자로 2~6기를 선박에 탑재하는 방식의 '파워 바지선'을 띄워 안정적인 전력을 수급하겠다는 계획이다.
8일 솔트포스에 따르면 회사가 개발 중인 선박에 탑재하는 원자로는 냉각제로 용융염을 사용한다. 용융염은 원자로 내 물 없이 대기압 상태로 운전되기 때문에 고압 폭발 우려가 없는 것이 핵심이다. 용융염의 끓는 점은 1500도에 달한다. 외부 사고나 충격으로 냉각제가 유출되더라도 곧바로 고체 상태로 변해 내부의 핵물질을 봉쇄할 수 있다. 해당 원자로는 1기당 100MW(메가와트)를 출력할 수 있다. 발전 수요에 따라 200MW에서 최대 600MW까지 다양한 모듈 구성이 가능하다. 솔트포스에 따르면 "단 한 번의 연료 충전으로 원전 가동 기한인 24년 간 연속으로 운전할 수 있다"며 "사용주기가 끝나면 원자로와 바지선을 함께 해체한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솔트포스는 한국수력원자력, 삼성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솔트포스가 설계한 원자로를 경남의 한 원전 업체에서 설비를 제작한 다음 삼성중공업이 조립 및 선박 건조를 하며, 한국수력원자력은 운영과 유지 보수를 맡는 구조다. 핵연료 개발은 한전원자력연료(KNF)와 GS에너지 컨소시엄이 협력하고 있다. 서울대와는 원자로 노심 코드 공동개발을 완료하고 시뮬레이션 최적화를 진행 중이다. KAIST와는 연구 인력 교류와 열 유동 해석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포항공대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과도 열전달 실증, 연료 실증 등 협력에 나섰다. 솔트포스는 올해부터 국내 엔지니어링 센터를 설립해 기본 설계와 상세 설계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수행할 계획이다.
솔트포스는 조선소 내 바지선과 원자로를 통합 제작·시운전한 후 목적지로 예인해 원료를 탑재하고 본격적인 운전에 들어가는 절차를 계획 중이다. 예상 건조 기간은 약 3년으로 기술 성숙 후 균등화 발전 단가는 메가와트시(MWh)당 60~80달러 수준을 목표로 한다. 강신영 솔트포스코리아 대표는 "덴마크는 북유럽의 대표적인 원전 금지 국가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한국은 전 세계에서 원자력과 조선이 제일 강하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많은 유럽 국가들의 원전 협력 요청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