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팔아선 생존 못한다’…사업 확장하는 서점들

입력 2026-02-08 09:40
수정 2026-02-08 09:41


"저희 뮤지컬 시작에 '안나'와 '브론스키'가 긴 눈인사를 나눠요. 원작 소설을 보고 오신 분들은 그 인사의 의미를 아실 거예요. 그런 재미를 속속들이 보시려면 방대하지만 책을 꼭 읽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지난 5일 저녁 서울 창천동 예스24 원더로크홀.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 역할을 맡은 배우 옥주현은 톨스토이의 원작 소설 <안나 카레니나> 책을 곁에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이 무대는 예스24가 처음 선보인 '페이지&스테이지'로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공연을 조명하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이날 프로그램에서는 오는 20일 개막하는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 옥주현, 문유강, 민영기와 오리지널 연출가 알리나 체비크가 참여해 각자의 작품 해석을 들려줬다. 사회는 박혜진 민음사 세계문학 편집자가 맡았다.

출판 불황속에 활로 찾는 서점들

예스24가 페이지&스테이지를 론칭한 건 문화콘텐츠 플랫폼을 목표로 문학·공연 분야의 시너지를 노리기 위해서다. NOL 티켓(인터파크)이 선점한 공연 예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공연 팬들을 새로운 독자층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는 지난해 해킹 사태의 여파와 출판계 불황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이날 5000원씩 내고 참석한 관객 300명에게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공연 할인 쿠폰이 제공됐다. 예스24에 따르면 페이지&스테이지 행사 표 구매자 중 11.3%가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표도 함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 특히 뮤지컬계는 '뮤덕'(뮤지컬+오타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팬덤을 갖추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배미선 씨(52)는 "참석자 대부분은 배우 팬일 것"이라며 "고전 문학이다 보니 해석의 여지가 넓고 각 인물과 한 몸이 된 배우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뮤지컬 관람을 계기로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최세라 예스24 대표는 "예스24는 책이라는 콘텐츠를 독서 행위에 그치지 않고 보다 다양한 문화적 경험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며 "공연을 비롯해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영역으로 무대를 확장하며 책을 매개로 한 폭넓은 문화적 대화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보문고, 알라딘 역시 생존을 위해 서점업에서 보폭을 넓혀 신사업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는 업계 불문율을 깨고 직접 출판업에 뛰어들었다. 교보문고·북다 브랜드를 통해 직접 작가를 발굴하고 책을 펴내고 있다. '미래 먹거리' 지식재산권(IP)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책을 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IP를 확보하고 2차 창작 시장을 노린다. 교보문고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알라딘은 전자책 구독 서비스 '만권당'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삼성카드와 함께 만권당 구독료 50% 할인 등 이 서비스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독자 만나러 편의점 달려간 서점들

서점들은 독자가 매장이나 홈페이지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독자의 일상 속에 독서 행위를 노출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게 '편의점'과의 협업이다.



오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예스24는 한정판 '책 초콜릿'을 CU편의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손잡고 문학 작품 속 사랑의 문장을 적은 책갈피를 초콜릿과 함께 담았다. 동봉된 이용권을 등록하면 예스24의 전자책 구독 서비스 '크레마클럽'을 7일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예스24는 2024년에는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에서 착안해 이마트24와 함께 예스24 상품권을 담은 도시락을 선보이기도 했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가을 연세대 연세유업과 함께 '연세우유 교보문고맛 생크림빵'을 출시하고 전국 CU편의점을 통해 판매했다. 교보문고 eBiz마케팅팀 담당자는 기획 이유에 대해 "책에서 공간·향기·음악으로 확장해온 경험을 이번에는 '맛'으로 풀어내며 고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