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 대형주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올해 7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설비투자를 단행할 전망이지만, 잉여현금흐름(FCF) 급감이 새로운 부담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CNBC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는 2026년을 앞두고 설비투자(capex)를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합산 지출 규모는 약 7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5년 기록한 사상 최대 수준 대비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CNBC는 이 같은 투자 확대가 현금 창출력에 상당한 희생을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4대 인터넷 기업이 창출한 잉여현금흐름은 총 2000억달러로, 2024년의 2370억달러에서 이미 감소한 상태다.
향후 더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이 고가의 AI 반도체를 확보하고,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선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진 압박과 단기적인 현금 유입 감소로 이어지며, 추가적인 주식·채권 발행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알파벳은 지난해 11월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장기 부채는 2025년 한 해 동안 네 배 증가해 465억달러에 달했다.
아마존의 경우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2000억달러로 제시했다. CNBC는 모건스탠리 분석을 인용해 아마존의 2026년 잉여현금흐름이 약 170억달러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적자 규모를 280억달러로 추정했다. 아마존은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를 통해, 인프라 구축이 지속될 경우 주식과 부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음을 밝혔다.
아마존은 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주가는 이날 약 6% 하락했다. 연초 이후 낙폭은 9%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연초 대비 17% 하락해 그룹 내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며, 알파벳과 메타는 소폭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CNBC는 아마존이 가장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았지만, 알파벳 역시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알파벳은 클라우드 인프라와 제미니(Gemini) 모델을 중심으로 올해 최대 1850억달러의 설비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모건스탠리의 브라이언 노왁 매니징디렉터는 CNBC 인터뷰에서 알파벳의 설비투자가 2027년에는 최대 2500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보털 리서치는 알파벳의 잉여현금흐름이 2025년 733억달러에서 올해 82억달러로 약 90% 급감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즈호는 보고서에서 올해 설비투자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나는 점을 들어 “2026년 잉여현금흐름이 제한적일 수 있으며, 투자 대비 수익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NBC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해당 기업들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롱보우 자산운용의 제이크 달러하이드 최고경영자(CEO)는 “AI에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 잉여현금흐름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부채와 자본의 최적 조합을 찾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메타 역시 현금흐름 압박이 커지고 있다. CNBC는 바클레이스 분석을 인용해 메타의 잉여현금흐름이 올해 약 9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가 올해 설비투자를 최대 1350억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다. 바클레이스는 2027~2028년에는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설비투자 증가 속도는 경쟁사보다 완만하다. 바클레이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잉여현금흐름이 올해 28% 감소한 뒤 2027년에 다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펫앤드네이선슨 공동 설립자인 마이클 네이선슨은 CNBC에 “우리는 새로운 기술 전환의 초입에 있으며, 매출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지금은 예측이 훨씬 더 어려운 국면”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