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수익률' 퇴직연금, 기금화로 높인다…中企 푸른씨앗도 단계적 확대

입력 2026-02-06 17:50
수정 2026-02-07 00:57
노사정이 합의해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고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기존 퇴직연금 제도가 은퇴 후 소득 보장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적립금을 모아 공동으로 운용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2%대 그치는 퇴직연금 수익률 기금형 퇴직연금의 모델로는 금융회사가 별도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과 복수의 특정 사용자가 공동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연합형 기금’ 등이 도입된다. 가입자가 30만 명을 넘어선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의 가입 대상을 현행 30인 이하에서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의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도 한 축이 된다.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2.86%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8.13%)에 훨씬 못 미친다.

노사정은 ‘가입자 이익과 무관한 목적의 기금 활용 금지’도 선언문에 포함했다. 기금이 정치적·정책적 목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노사정은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기금형 퇴직연금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수탁자 책임’도 법제화한다. 특히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의 경우 이사회 과반을 독립이사로 구성하고, 이 중 30% 이상(최소 2명)은 가입자 추천 인사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연합형 기금의 수탁법인 이사회에는 노사 동수 참여를 보장한다. 이사회와 별도로 기금 운용 전담 기구를 구성·운영하며, 전담기구는 노사가 추천하는 금융·투자 전문가로 운영해 중립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떼일 일 없게”…사외적립 의무화기업 도산 등의 사정이 발생해도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사업장의 퇴직급여 사외적립(퇴직연금 도입)도 의무화한다. 한국은 퇴직 시점에 회사가 목돈을 주는 ‘퇴직금 제도’와 사외 금융회사에 적립하는 ‘퇴직연금 제도’가 공존해 왔지만 앞으로 퇴직금 제도는 단계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영세·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4년 기준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은 43만5000개로 도입률이 26.5%에 불과하다. 특히 300인 이상 사업장은 도입률이 92.1%에 달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10.6%에 그쳤다.

다만 영세 사업장은 적립금을 한꺼번에 빼낼 경우 경제적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정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결정하고 소규모 사업장엔 재정 지원 방안을 병행할 계획이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파산 등 법정 사유가 발생하면 ‘중도 인출’할 수 있고 퇴직 시 ‘일시금 수령 권한’도 보장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총적립액은 496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431조7000억원) 대비 15% 증가한 규모다. 2035년 전후로 시장 규모는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곽용희/강현우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