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비인강경 검사'라고 들어보셨을까요?
코와 목이 이어지는 부분인 비인강을 내시경으로 관찰하는 검사인데요. 감기 증상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은 사람들에게 흔히 추가되는 진료행위입니다. 비인강경 검사를 할수록 당연히 진료비는 더 비싸지고요.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도 늘어나죠.
그런데 이런 비인강경 검사,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비인강경 검사는 감기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 10명 중 1명 (10%) 정도로 시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감기는 치료하면 일주일, 그냥 두면 7일 간다는 그런 병이죠. 물론 감기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시행하는 게 비인강경 검사입니다.
그런데 일부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중에 비인강경 검사 시행률이 90%인 병원이 있습니다. 그냥 무조건 하는 겁니다. 환자들이 "안 할래요"라고 말하지 않는 한 무조건 하는 겁니다.이건 비정상적인 거죠.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한림대 의대 교수 출신)
상대적으로 위급한 환자가 많이 찾는 상급종합병원 5곳 모두 비인강경 검사 시행률은 10%대입니다. 전국 종합병원 101곳 중 88곳도 비인강경 검사를 환자 10명 중 1명 꼴로만 시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의원급 전국 이비인후과 1926곳 중 비인강경 검사 시행률이 10%대인 기관 수는 1023곳에 불과합니다. 절반 가까이는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표현에 따르면 '비정상적' 과잉진료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건보공단이 직접 팔 걷고 나섰습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적정진료추진단(나이스 캠프)'을 통해서인데요. 2025년 12월 기준 총 74건의 적정진료 분석에 들어갔고 이중 46건의 후속조치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비인강경 검사만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일부에 불과할 수 있지만요. 그러면 저희 직원들이 직접 조사를 합니다. 정말 그런 병원인건지, 아니라면 왜 그렇게 많은 진료행위를 시행한 것인지 조사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후속조치입니다. 아직은 점검, 관리하는 수준이지만 조만간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나올 겁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
건보공단이 적정진료추진단을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전문성'에 있습니다. 건보공단은 데이터 분석, 임상전문 인력망을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단 자체의 역량을 결집해 과잉의료 기관을 발굴해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적정진료추진단은 공단 내 22개 부서가 참여해 매월 급여분석 및 후속조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건보공단이 팔 걷고 나선 배경에는 통제범위를 벗어난 급여비 지출이 있습니다. 지난해 건보공단 급여비 지출은 101조7000억원으로 현행 건강보험 체제가 출범한 1997년 이후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병원에 급여비 지원 몫으로 나간 돈이 100조원이 넘는다는 뜻입니다.
건보공단은 국고지원금 등을 기반으로 지난 5년간 당기수지 흑자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흑자 규모는 2021년 2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5000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당기수지 적자 전환이 명백합니다. 심지어 적자 규모는 수천억원대로 점쳐집니다.
인구가 늘지 않는 나라에서, 발병하는 질병 양상도 크게 변함이 없는데 진료행위에 따른 지출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과연 이 행위가 정당한 것이냐, 적절한 것이냐, 이런 것에 대해서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
건보공단의 재정 악화는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건보공단 재정이 나빠지면 보장성을 넓힐 수 없습니다. 즉 건보로 약값 등을 지원해주는 급여 항목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재정을 메우기 위해 보험료를 급격히 인상할 경우 당연히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늘게 되니 국민 부담이 늘어날테고요.
지금 당장 아픈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꼭 필요할 때 건보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위험도 커집니다.
건보공단의 수천억원 규모 당기수지 적자가 현실화된 만큼, 범부처간 명쾌한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