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품절이더니 "재고 1000개?"…'두쫀쿠 성지' 무슨 일이 [이슈+]

입력 2026-02-07 19:12
수정 2026-02-07 19:13

"퇴근 끝나고 갔는데도 두쫀쿠 수십 개가 남아있더라고요."

한때 점심시간만 되면 품절 안내가 먼저 뜨고, 매장 앞 줄이 건물 반 바퀴를 돌아가던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요즘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두쫀쿠도 고점 찍고 끝물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실제 매장에서도 웨이팅할 줄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건물 반 바퀴 줄 서던 매장, 이제는 줄 없이 바로 구매

6일 기자가 서울 유명 두쫀쿠 맛집 곳곳을 확인해본 결과, 오픈런 대기 줄이 눈에 띄게 줄거나 아예 사라진 곳이 적지 않았고, 매장마다 재고도 넉넉하게 남아 있는 모습이 동시에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두쫀쿠 유행의 열기가 한풀 꺾였다는 체감이 퍼지고 있었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 근처의 한 제과점은 두쫀쿠 웨이팅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방문객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오픈과 동시에 긴 줄이 이어졌고 대기 시간이 30분을 넘기는 경우도 흔했다.

줄이 건물 반 바퀴를 돌 만큼 몰렸다는 후기도 이어지며 이른바 '두쫀쿠 성지'로 불렸다. 그러나 이날 매장 오픈 시간인 12시 30분에서 5분 정도 지난 시각에 도착했지만, 줄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 1시 30분경이면 재고가 소진돼 마감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은 2시 30분이 넘어도 마감되지 않았고 재고도 충분히 남아 있었다.

1인당 6개였던 구매 제한이 최근 8개로 늘어난 데 이어 이날은 10개까지 구매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제한을 두지 않으면 물량이 금방 동났지만, 이제는 제한을 풀어도 재고가 남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카페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곳은 금요일 오전이면 70~80명가량이 줄을 서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고, 평균적으로 점심 12시 30분에서 1시 사이에 동났다는 후기가 자주 올라오던 매장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찾았을 때 대기 인원은 1명에 불과했다. 오픈 시간인 11시가 다가와도 줄은 8명 정도에서 더 늘지 않았다. 이후에도 재고는 빠르게 소진되지 않았고, 오픈 이후 2시간이 지난 시점에도 150개 이상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는 구하기 어려운 간식이었지만 이제는 비교적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자영업자들 "확실히 유행 지나가는 느낌"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도 최근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카페에서 두쫀쿠를 판매하는 사장 A씨는 "마시멜로랑 카다이프를 겨우겨우 공수해 매번 만들었는데 최근 들어 손님이 팍 줄어든 느낌이 들고 지금도 재고가 50개 이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베이커리 직원 B씨도 "예전에는 배달 주문이 점심 내내 몰려 2시 전까지 전화 받을 여유도 없었는데 요즘은 주문이 많이 줄어 여유가 생겼다"며 "확실히 유행이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지현(30) 씨는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갔다가 두쫀쿠가 그냥 남아 있어 쉽게 살 수 있었다"며 "원래는 주말에 백화점 팝업 행사를 가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져 일정도 취소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제 주문이 쉽게 된다", "우리 동네도 품절이던 곳에 물량이 남아 있다", "두쫀쿠도 끝이 오는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지금 두쫀쿠 가게를 차려도 되느냐"는 질문에 "이미 막차다", "대기업까지 뛰어들어 경쟁이 심해졌다", "반짝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는 답변이 달리는 등 신중한 분위기가 나타났다.◇피스타치오 가격 한 달 새 50% 넘게 하락

배달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실시간 검색에서는 여전히 두쫀쿠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점심시간에 대부분의 매장에서 품절이 뜨는 상황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에는 재고가 남아 있는 경우가 늘었고, 동네 매장에서도 웨이팅할 줄이 눈에 띄게 짧아졌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두쫀쿠맵을 확인한 결과 강남역 일대에서는 오후 3시 기준 재고가 1000개 이상 남아 있는 곳도 있었고, 홍대 입구 주변에서도 수십 개에서 수백 개 단위의 재고가 표시된 매장이 확인됐다. 과거 수량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던 매장 중 일부는 '구매 제한 없음'이라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유행의 열기는 원재료 가격에서도 확인된다. 온라인 쇼핑몰 가격 변동 추적 앱 '폴센트'에 따르면 쿠팡 피스타치오 부문 판매 1위 제품인 '원더풀 무염 피스타치오 900g' 가격은 이날 기준 4만990원으로, 지난달 8만5900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해 52.2% 낮아졌다.

볶은 카다이프면 가격도 500g 기준 12%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급증하며 뛰었던 원재료 가격이 다시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전문가 "초기 인기 과열됐던 만큼 열기 잦아드는 수순"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전문가들은 새로운 먹거리가 빠르게 주목받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관심이 다른 메뉴로 이동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두쫀쿠는 탕후루나 마카롱처럼 별도의 전문 매장이 체인 형태로 급격히 늘었던 사례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유행이 꺾이더라도 타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행이 지나더라도 매장 운영 자체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두쫀쿠는 가격이 비교적 높고 초기 인기가 과하게 높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며 열기가 잦아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입맛은 계속 새로운 것을 찾기 때문에 특정 디저트의 인기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다만 "탕후루처럼 특정 메뉴를 전면에 내세운 전문 매장이 급격히 늘었던 사례와 달리, 두쫀쿠는 기존 매장에서 메뉴 하나를 추가하는 형태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유행이 지나더라도 매장 운영 전반에 미치는 타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