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주변에 대규모 항공모함을 배치하면서 압박을 가해 온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오만 무스카트에서 협상이 현지시간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인데요. 오만에서 만나자고 한 것은 이란입니다.
원래는 이스탄불에서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 등 여러 이슈를 다자 협상 방식으로 논의하는 방안이 거론되었으나 이란 측에서 협상 장소를 오만으로 하고 미국과 이란만 참여하는 양자 협상으로, 논의 대상은 핵 문제만으로 좁히자고 했고 이를 미국이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한 차례 거절했는데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아홉 개 중동국가가 미국 백악관에 중재를 요청해서 미국이 결국 이란 측 의견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미국 측에서는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카타르를 거쳐 오만에 입국합니다. 이란 측에서는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이 나옵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에 핵 프로그램에 대한 해체, 탄도 미사일의 사거리를 축소해서 이스라엘에 닿지 못하게 하는 것, 최근 시위 중 체포된 이들을 풀어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에 대한 석유 수출을 줄이고, 이란과 미국 간의 적대 관계를 종식할 수 있는 협정을 체결하자는 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60% 수준으로 농축된 400kg의 우라늄 비축량은 다른 나라로 이전하고, 이란의 대리인, 하수인으로 불리는 하마스 헤즈볼라 등 무장단체에 무기나 기술을 수출하지 않는 데에도 동의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구상입니다.
미국 측은 일단 외교적 협상을 우선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협상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얻어낼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란이 최근 시위에 나선 자국민을 학살한 것이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로부터 나오는 메시지가 강경한 점 등이 이유인데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으로서는 언제든 이란이 좋은 제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지도부를 타격할 수도 있다는 카드를 들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분위기가 변하지 않는 한,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백악관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이스라엘도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국방 및 안보 전문가인 드라즈 짐트는 예루살렘포스트에 대해 이란이 "핵 문제에만 제한적 유연성이 있을 뿐 탄도미사일과 대리 세력 문제에 대해서는 이란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이란이 핵문제를 포기하는 것은 진정한 양보가 아니라고 평가했는데, 실제로 핵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걸로는 이란이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또 미국이 이란에 대해 즉각 경제 제재를 복원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위트코프 특사와 쿠슈너는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협상 전략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중동 지역의 사정 변화는 유가에 즉각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한동안 미국이 이란에 대한 위협 강도를 높이면서 유가가 급등했으나 현재는 전날 대비 2~3%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WTI 1개월 선물은 배럴당 63달러대 초반, 브렌트유는 67달러대 중반에 현재 거래되고 있습니다. 대화 국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