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반도체산업 재건이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일본 구마모토 공장에서 일본 내 최초로 3나노(㎚·1㎚=10억분의 1m) 반도체를 양산하기로 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이날 도쿄 총리 관저를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게 이런 방침을 전했다.
TSMC는 당초 구마모토에 건설 중인 2공장에서 통신기기 등에 쓰이는 6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늘자 더 미세한 고성능 제품을 제조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3나노 반도체는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로봇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재 일본 내에 제조할 수 있는 거점이 없다.
TSMC가 방침을 바꾸면서 설비투자는 기존 122억달러에서 17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TSMC 구마모토 2공장에 최대 7320억엔을 보조하기로 결정한 일본 정부는 추가 지원도 검토할 방침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매우 든든하다”며 “긴밀하게 논의하며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웨이 회장은 “총리의 선견지명이 있는 반도체 정책은 일본 반도체산업에 큰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일본 간판 기업 30곳은 자국 ‘반도체 연합군’ 라피더스에 총 1600억엔을 출자한다. 당초 계획(1300억엔) 대비 23% 늘어난 규모다. 라피더스에 2조9000억엔을 쏟아부은 일본 정부에 이어 일본 기업도 ‘반도체 부활’을 위해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소니그룹 등 일본 8개 대기업이 주주로 참여한 파운드리 업체 라피더스에 후지쓰 등 22개 기업이 가세한다. 대부분 3월까지 출자를 완료할 예정이다. 종전 각각 10억엔을 출자한 소프트뱅크와 소니그룹은 200억엔씩 추가 출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새로 가세한 후지쓰는 200억엔을 출자하기로 했다. 세계 3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키옥시아도 기존 10억엔에 10억엔을 더 태우기로 했다. 라피더스에 기술을 제공한 IBM은 미국 당국 심사를 거쳐 출자할 방침이다.
라피더스는 민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2027년 홋카이도 공장에서 2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2031년까지 7조엔 이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민간 출자는 1조엔을 목표로 잡았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