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상대해온 한국 통상당국은 앞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비롯해 자원 안보 라인을 상대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이 에너지 공급망과 핵심 광물을 국가 안보 사안으로 묶어 관세 정책과 연계하기 시작하면서다. 한·미 협상도 한층 까다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통상 운용 체계는 상무부·미국무역대표부(USTR) 중심에서 벗어나 백악관 NSC가 전략을 설계하고 국무부, 재무부, 에너지부 등이 집행하는 국가 안보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석유·가스와 핵심 광물을 안보 자산으로 분류한 뒤 에너지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연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관세협상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보 사안으로 분류되면 관세처럼 수치와 조건을 놓고 조정할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에서 “자원 안보 라인이 러트닉 라인보다 강경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라인의 정점에는 ‘강경파’로 묘사돼온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있다. 통상당국 안팎에서는 루비오 장관을 “워싱턴에서 가장 일관된 대중(對中) 강경파”라고 설명한다. 앤디 베이커 NSC 부보좌관은 루비오 장관을 보좌해 내부 조율에 집중하는 대표적인 실무 인사로 거론된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은 대응 체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SC에 대응해 에너지 정책을 총괄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에너지·산업·외교 기능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부, 외교부로 분산돼 일관된 대응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 에너지, 안보가 부처별로 나뉘어 돌아가다 보니 대응 속도와 강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며 “향후 대미 협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