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재산도피·환치기…의심계좌 사전 동결

입력 2026-02-05 18:03
수정 2026-02-06 00:58
금융당국이 자금세탁 방지 제도를 25년 만에 대수술한다. 자금세탁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가상자산 등을 활용해 수사망을 피해가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5일 마약이나 도박 등 중대 민생 침해 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를 금융당국이 자체적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2026년 자금세탁 방지 주요 업무 수행 계획’을 통해서다. 현재 보이스피싱이나 주가 조작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법원 결정 없이는 계좌 동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선제적으로 계좌를 동결해 갈수록 고도화되는 범죄 피해를 차단, 자금 몰수 효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형주 FIU 원장은 “특정금융정보법상 자금세탁 방지 제도를 도입한 지 25년이 지난 상황에서 초국가 범죄 등 새로이 당면한 자금세탁 현안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국제 범죄조직을 ‘금융거래 등 제한 대상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테러 자금 금지 법령도 개정키로 했다. 그간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감금 범죄의 배후로 지목됐던 프린스그룹 같은 범죄 조직의 경우 제한 대상으로 지정하지 못했다. 제한 대상자로 지정되면 금융거래나 재산권 처분 시 금융위의 사전 허가받아야 한다. 허가 없는 거래는 엄격히 금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테러나 핵확산 관련자에게만 한정된 제재 대상을 초국가적 범죄조직까지 확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제도권 진입을 앞둔 스테이블코인 관련 감시망도 촘촘히 갖추기로 했다. FIU는 스테이블코인이 가격 변동이 적고 대중화 가능성이 큰 만큼 다른 가상자산보다 자금세탁에 악용될 위험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에게 고객확인(KYC)과 의심거래보고(STR) 등 기존 금융회사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또한 발행사에 동결·소각 기능이 내장된 코인을 발행하도록 하고,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트래블룰)를 100만원 미만 소액 거래로까지 확대한다. 금융회사의 자금세탁 방지(AML) 역량을 점검하는 ‘제도 이행 평가’도 법정 의무 제도로 바뀐다. 현재는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참여에 의존할 수박에 없는 구조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