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 평택4공장(P4)에 대규모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6세대(1c) D램 라인을 증설하는 것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HBM 시장의 간판 제품 역할을 할 HBM4와 관련해 ‘큰손’ 엔비디아의 품질(퀄) 테스트를 가장 먼저 통과했다. 남은 과제는 HBM4 성능을 좌우하는 1c D램 생산능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 D램 생산능력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풍부한 자본과 양산 기술력을 앞세워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기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베이스다이용 4㎚ 라인도 풀가동
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1분기까지 P4에 1c D램 웨이퍼를 월 12만 장 생산할 수 있는 신규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1c D램 12개를 쌓아 HBM4를 만들 예정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투자에 대해 ‘상당한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의 D램 생산능력은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66만 장 수준이다. P4 증설이 완료되면 최대 12만 장이 추가돼 1년 만에 전체 D램 생산능력의 18%가 증가한다. 한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신규 1c D램 설비 투자에 수십조원의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삼성전자의 전체 D램 생산량에서 HBM4용 1c D램이 차지하는 비율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웨이퍼 투입량 월 6만~7만 장 수준의 HBM용 1c D램 생산라인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계획대로 라인이 갖춰지면 HBM4용 1c D램 웨이퍼만 월 19만 장 정도 만들어지는 셈인데, 전체 생산 능력 중 24%에 해당한다.
1c D램 증설과 함께 HBM4 가장 밑단에 배치되는 시스템 반도체인 ‘베이스다이’ 라인 가동률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베이스다이를 만드는 경기 평택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라인 ‘S5’의 4㎚ 공정 라인 역시 풀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평택 사업장에 새롭게 갖춰지고 있는 5공장(P5) 외관 공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내년 1분기 반도체 제조 장비를 입고하기 위해서다. ◇구형 라인도 1c D램으로 전환 추진삼성전자 안팎에선 HBM을 포함한 D램 기술력이 정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HBM 시장에서 고전했다.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경쟁사 대비 늦게 통과해 대량 생산 체제를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
반전의 계기는 2024년 5월 반도체(DS) 부문장으로 취임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HBM4에 들어갈 1c D램 재설계를 결정했고, 이 전략이 적중했다. 이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기술 회복세가 빠르게 진행됐다.
HBM4 분야에선 지난달 AI 반도체 1위 회사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경쟁사를 제치고 가장 먼저 통과하고 다음달 양산 출하를 앞두고 있다. 올해 반등 기회를 잡은 삼성전자는 세계 1위 D램 생산능력과 풍부한 자본을 앞세워 발 빠르게 양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용과 함께 범용 1c D램 생산량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 회사들이 HBM 양산에 집중하면서 현재 서버, AI폰 등에 들어가는 범용 D램 기가비트(Gb)당 가격도 HBM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범용 1c D램 생산량 확대를 위한 공정 전환 투자를 고려 중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구형 D램이 생산되던 화성 사업장 17라인을 1c D램 공정으로 대폭 전환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